독일의 영상 작가 하룬 파로키(1944∼2014)는 ‘공장을 떠나는 노동자들’(1995)로 유명하다. 최초의 영화로 기록되는 뤼미에르 형제의 1895년 동명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15개 도시의 노동자들이 작업을 끝내고 공장 밖으로 나가는 순간과 기존 영화에서 노동자들의 퇴근 장면을 골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묶었다. 이 작품은 6일 개막되는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의 비디오 작가 김아영(36)은 아카이브 영상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최근 제작했다. 1980년대 말 부산을 배경으로 밀수를 하던 소년의 삶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재구성했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86부산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의 풍경과 사건이 다채널 비디오에 담겼다. 이 작품 역시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된다.
이 두 작품을 베니스에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언주로 코리아나미술관이 7일부터 7월 11일까지 여는 올해 첫 기획전 ‘필름 몽타주(Film Montage)’에 출품된다. 몽타주는 장면과 장면의 결합과 편집을 의미하는 영화의 기법이다. 전시에는 작가 10개 팀이 직접 촬영한 영상과 함께 영화, 다큐멘터리, 텔레비전 등에서 발췌한 영상을 편집한 작품 11점이 상영된다.
공사장과 빌딩 가운데 사람들이 수영을 하거나 산책을 즐기는 풍경이 겹쳐져 있는 독일 작가 울루 브라운(39)의 ‘파크’가 눈길을 끈다. 현실과 판타지의 세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영상이다. 13세기 고딕 교회 사진과 1960년대 팝 음악 퍼포먼스, 1979년 맨체스터 화재사건의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영국 작가 엘리자베스 프라이스(49)의 ‘울워스 콰이어 1979’도 마찬가지다.
얼굴에 선과 세모와 동그라미를 그리는 미국 작가 젠 리우(39)의 퍼포먼스는 현대사회에서 기호의 의미에 대해 얘기한다. 사막과 군사훈련 장면을 모은 박민하(40)의 ‘전략적 오퍼레이션-하이퍼 리얼리스틱’은 영화 속 가상전쟁이 오늘날 군사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풍자했다. 영화 이미지를 통해 역사와 권력, 허구와 실제, 삶과 죽음 등을 살펴본다. 관람료 2000∼3000원(02-547-9177).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영화 이미지를 통해 역사와 권력 허구와 실제 삶과 죽음을 엿본다
입력 2015-05-06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