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복싱영화 ‘상처뿐인 영광’ 관련 자료를 찾다가 뭔가가 눈에 띄었다. 영화가 국내 개봉했을 당시인 1958년에 만들어진 포스터. 영화연구가 정종화씨가 엮은 ‘외국영화 포스터’라는 책(범우사, 2001)에 실려 있었다. 거기에 쓰인 광고문구. ‘감정 같은 건 털끝만큼도 없는 박력과 긴장에 넘친 화제의 비정영화!! 처참한 드라이 텃취!’.
어차피 광고라는 게 과장투성이지만 옛날 영화 광고 카피의 ‘과대포장’은 참으로 극적이다. 그리고 재미있다. 정씨의 책에서 50, 60년대 것 몇 개를 골라본다. 혹시 어떤 영화인지 맞힌다면 당신은 대단한 영화광이다.
①처열(凄烈)! 열사(熱砂)의 북아(北阿) 전선에서 독군(獨軍) 롬멜부대를 격파하는 과감한 미군전차병혼(魂)! ②자유를 찾아 방황하는 아름다운 왕녀의 즐겁고 애닯은 청춘의 애수!! ③화려한 이국(異國) 왕궁 속에서 싻튼 정열의 무드! 현란(絢爛)호화의 왕궁을 수놓은 사랑의 찬가 ④서부극의 진수를 이 일편에 담은 최고거편!! 숨막히는 박력과 감동! 이대 권호(拳豪)의 우정과 처절 서부사에 유례없는 최대의 대결투!!
정답: ①사하라전차대 ②로마의 휴일 ③왕과 나 ④OK목장의 결투.
‘사기성이 농후한’, 그러면서도 뻔뻔스럽게 내놓고 ‘이것은 거짓말입니다’라고 하는 듯한 정감어린 옛날의 영화 광고가 그립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 이야기] (18) 옛날 영화 포스터
입력 2015-05-05 19:01 수정 2015-05-05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