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18) 옛날 영화 포스터

입력 2015-05-05 19:01 수정 2015-05-05 19:26
‘로마의 휴일’ 포스터

앞서 복싱영화 ‘상처뿐인 영광’ 관련 자료를 찾다가 뭔가가 눈에 띄었다. 영화가 국내 개봉했을 당시인 1958년에 만들어진 포스터. 영화연구가 정종화씨가 엮은 ‘외국영화 포스터’라는 책(범우사, 2001)에 실려 있었다. 거기에 쓰인 광고문구. ‘감정 같은 건 털끝만큼도 없는 박력과 긴장에 넘친 화제의 비정영화!! 처참한 드라이 텃취!’.

어차피 광고라는 게 과장투성이지만 옛날 영화 광고 카피의 ‘과대포장’은 참으로 극적이다. 그리고 재미있다. 정씨의 책에서 50, 60년대 것 몇 개를 골라본다. 혹시 어떤 영화인지 맞힌다면 당신은 대단한 영화광이다.

①처열(凄烈)! 열사(熱砂)의 북아(北阿) 전선에서 독군(獨軍) 롬멜부대를 격파하는 과감한 미군전차병혼(魂)! ②자유를 찾아 방황하는 아름다운 왕녀의 즐겁고 애닯은 청춘의 애수!! ③화려한 이국(異國) 왕궁 속에서 싻튼 정열의 무드! 현란(絢爛)호화의 왕궁을 수놓은 사랑의 찬가 ④서부극의 진수를 이 일편에 담은 최고거편!! 숨막히는 박력과 감동! 이대 권호(拳豪)의 우정과 처절 서부사에 유례없는 최대의 대결투!!

정답: ①사하라전차대 ②로마의 휴일 ③왕과 나 ④OK목장의 결투.

‘사기성이 농후한’, 그러면서도 뻔뻔스럽게 내놓고 ‘이것은 거짓말입니다’라고 하는 듯한 정감어린 옛날의 영화 광고가 그립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