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현숙 (5) 아들 골프유학 위해 떠난 고난의 뉴질랜드 이민

입력 2015-05-05 00:28
김현숙 원장(왼쪽)이 아들과 뉴질랜드 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프로 골퍼 강동우씨가 그의 아들이다.

사업을 하다보니 골프 모임이 많았다. 회원권을 끊어 아들을 데리고 같이 다녔는데, 골프에 흥미를 보였다. 하루에 공을 2000개 이상 칠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골프 연습장에서 살기도 했다. 축구를 하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들을 위해 더 나은 환경에서 골프 수업을 받게 하고 싶었다. 두 아이의 뉴질랜드 유학을 결정했다.

6개월 뒤에 아이들을 보러 뉴질랜드에 갔는데, 그간 내가 들어온 현지 상황과 너무 달라 당혹스러웠다. 교민이 아이들을 도와준다고 해서 골프 레슨비며 생활비 등을 주급으로 풍부하게 보냈다. 그런데 편안하게 돌봐준다는 그 사람의 말과 달리 아이들이 힘들게 생활하고 있었다. 특히 아들은 골프장에서 제대로 마음 편히 공을 치지 못했다.

“부모 없이는 우리 아이들을 성공시킬 수 없겠구나.” 오로지 아이들밖에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뉴질랜드 이민을 결정했다. 때마침 일할 수 있는 비자를 주겠다는 한국의 기업도 있었고, 모든 게 척척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남편의 반대가 심했다. 3개월 동안 설득한 끝에 일단 남편은 한국에 남고, 나만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2003년 4월 1일, 아이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삶의 터전을 뉴질랜드로 옮겼다. 그리고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펼쳐졌다.

지인을 통해 상가를 하나 얻기로 하고 건물주인 한국인에게 돈을 보낸 상태였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보니 그는 상가도 내주지 않고, 돈도 돌려주지 않으며 오히려 뉴질랜드에 거주할 수 있는 비자를 갖고 압박했다.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의 불안함은 아이들에게까지 그대로 전해졌다.

“여기서 이런 난관도 헤쳐가지 못하면 앞으로 무슨 일을 감당할까. 죽기 살기로 다시 한번 밀어붙이자.” 건물주를 찾아가 투자한 돈 회수를 당당히 요구했다. 물론 그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돈 줄 날짜를 계속 어겼다. 결국 변호사를 찾아갔고, 법에 호소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까지 간사할 수 있을까. 그 소식을 들은 건물주가 투자한 돈을 모두 돌려주는 게 아닌가. 대신 비자를 더 이상 내줄 수 없다고 우격다짐했다. 급한 대로 취업비자를 알아보기 위해 신문을 뒤적이던 중 해밀턴 한의대 소개글과 직원 채용 광고를 보게 됐다.

동국대 출신의 한 교수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러면서 학교 내부의 상황을 알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학교는 문 닫을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사장이 한국에서 유학온 학생들의 수업료를 가로채 사용한 게 들통 난 것이다.

한국에서 한의학을 배우겠다고 유학온 학생들이 마흔 명이나 됐다. 그들을 잘 가르쳐보겠다고 먼 곳까지 오신 교수님도 7명이나 됐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그들은 모두 어떻게 되는가. 문득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유학생들의 마음이 바로 이러지 않았을까. 그런 긍휼함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그래도 마음 속 저 깊이 작게나마 자리한 예수님을 닮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하나님께서 나를 불러내려고 하신 첫 사인으로 이 일을 기록하고 싶다.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 주의 입의 법이 내게는 천천 금은보다 좋으니이다. 주의 손이 나를 만들고 세우셨사오니 내가 깨달아 주의 계명들을 배우게 하소서. 주를 경외하는 자들이 나를 보고 기뻐하는 것은 내가 주의 말씀을 바라는 까닭이니이다.”(시 119:71∼74)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