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속도조절 필요”

입력 2015-05-04 03:07
기술금융 취지를 살리기 위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3일 ‘기술금융 연착륙 필요성 및 과제’ 보고서에서 “전문인력, 기술평가 역량 등 기술금융 관련 기본 인프라가 부족한 가운데 기술금융 규모만 증가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속도조절을 통한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술금융은 기술력은 우수하나 신용등급이 낮아 자금 융통이 어려운 창업·성장기업에 기술평가를 통해 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벤처캐피털이 담당하지만 한국에선 지난해 중순 정부가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기술금융 활성화에 나섰다. 이후 실적이 크게 늘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새로 공급된 기술금융 금액이 9조2827억원에 달한다. 2013년 총 기술금융 규모(26조원)를 고려하면 연간 85.8% 증가한 셈이다.

정부가 기술금융 실적을 혁신성 평가에 반영해 은행들이 경쟁한 결과다. 서 연구위원은 이 경우 기술금융 품질이 떨어지고, 실적에 쫓겨 ‘무늬만 기술금융’인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지난해 말 기준 기술금융 대출의 66.9%는 이미 거래하고 있던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라고 분석했다. 또 은행 건전성이 악화되고, 기술금융 쏠림 현상으로 서비스업자, 개인사업자 등이 대출 시 소외될 수 있다.

서 연구위원은 “혁신성 평가 결과를 해당 은행에만 통보하는 방식으로 바꿔 경쟁을 줄이고, 기술금융 취지와 특성에 부합하게 실적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