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폭동’ 대반전 이뤄낸 35세 흑인 여검사 모스비, 경관 6명 살인 기소

입력 2015-05-04 02:23 수정 2015-05-04 19:08

지난주 미국 볼티모어시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경찰의 인종차별적 폭력행위에 대한 시위가 1일(현지시간) 놀라운 급반전을 맞았다. 사태 반전의 주역은 35세의 신참 흑인 여검사였다.

메릴랜드주 검찰청의 메릴린 모스비(35·사진) 검사는 이날 최근 경찰에 체포된 뒤 숨진 프레디 그레이(25)의 사망 원인이 ‘경찰에 의한 살인’이라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건 관련 경관 6명을 2급살인 등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부터 미국에서는 경찰에 의한 비무장 흑인 사망 사건이 잇따르면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이어졌지만 주요 사건의 가해 경관이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스비는 불과 4개월 전 미국 내 최연소 검사로 선출됐다. 부모와 할아버지, 삼촌들을 포함해 집안에 경찰이 여러 명 있는 5대째 경찰 가족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보스턴시 인근 흑인 밀집지 출신인 그는 경찰의 폭력과 직권남용을 목격하며 자랐다. 그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아무 잘못 없이 용의자로 의심받는 게 어떤 느낌인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14세 때 마약판매상으로 오인된 사촌이 또래의 총격에 숨지는 아픔도 겪었다. 그는 지난해 선거에서 “경찰 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현직 백인 검사를 누르고 승리했다.

수사 결과 발표 회견장에 모여 있던 흑인들은 귀를 의심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도심에 모여 있던 군중은 환호했고 시위는 축제로 바뀌었다. 일부는 “정의! 정의!”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몇몇 운전자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관심만큼이나 비판도 만만치 않다. 검사 선거 당시 모스비의 라이벌을 지지했던 워런 브라운 변호사는 “그레이 사건에 대한 모스비의 처리 결과는 모스비 부부의 정치적 포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지적했다. 결과 발표 전 경찰 노조는 모스비 남편이 시의원인 데다 그녀가 그레이 가족의 변호사로부터 선거 후원금을 받은 적이 있어 이해가 충돌한다며 그녀를 수사에서 배제하고 특별검사를 선임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예상과 달리 대배심을 거치지 않고 빠르게 기소를 결정한 것을 놓고 그녀의 젊은 나이와 경험 부족 탓으로 돌리는 의견도 있다.

이런 가운데 2일 뉴욕에서는 사복 차림으로 근무 중이던 백인 경관 브라이언 무어(25)가 흑인 남성 드미트리어스 블랙웰(35)의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워싱턴=배병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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