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쇼핑백 1개 분량 경남기업 내부자료 분석… 성완종 비밀장부 아니다

입력 2015-05-04 02:09
출범 4주차를 맞는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여전히 핵심 증거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CCTV와 하이패스 기록 등을 통해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동선을 복원하는 한편 다수 참고인을 조사해 박준호(49·구속)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43) 부장의 ‘모르쇠’ 진술을 깨는 데 애써 왔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의 압수수색 때 은닉·인멸된 자료가 있을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핵심이었다.

마침내 수사팀은 박 전 상무와 이 부장의 증거은닉 행위를 일부 자백 받고 쇼핑백 1개 분량의 경남기업 내부 자료를 임의제출받아 추가로 확보했다. 다만 이 쇼핑백에 들어 있던 성 전 회장의 2012년 4월 총선비용 내역을 리스트 인사 정치자금 ‘비밀 장부’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수사팀의 생각이다. 총선 비용이 지출된 시기 역시 홍준표(61) 경남지사나 이완구(65) 전 국무총리에 대해 제기된 정치자금 전달 시기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성 전 회장의 총선 비용 집행 내역을 제외하면 나머지 자료는 회장 비서실 경비 집행 내역 등이다. 이에 수사팀은 이 자료를 제출받은 뒤에도 “증거인멸 행위 중 본건 수사와 연관성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상세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여전히 ‘스모킹 건’이 될 ‘성완종 리스트’ 관련 자료는 파쇄되지 않고 어딘가에 보존돼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현재까지 소환자 중에는 이 전 총리 금품수수 의혹의 핵심인 ‘비타500’ 상자에 대해 구체적 진술을 내놓은 이가 없어 숨겨진 증거 파악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수사팀은 경남기업 관계자들을 다수 조사해 박 전 상무와 이 부장이 회사 내부 자료의 중요도를 평가, 향후 검찰 조사에 대비해 ‘인멸할 것’과 ‘은닉할 것’을 구분했다고 확인했다. 인멸 대상은 분식회계 관련 자료, 은닉 대상은 성 전 회장 비자금 집행 내역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장섭(50)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여러 차례 비공개 소환하며 자금 마련 과정을 하나하나 재구성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의 현장전도금 32억원 인출 내역이 기록된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검찰에 제출하는 등 협조해 왔다. 피의자 신분인데도 이례적으로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았다.

수사팀은 이 전 총리와 홍 지사 핵심 측근인 중요 참고인 6명을 압축해 4일부터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성 전 회장이 금품을 건넸다는 시점에 각각 이 전 총리의 재보선과 홍 지사의 당 대표 경선에 관여했다. 이미 성 전 회장 측근 인사들과 접촉한 단서가 다수 포착되기도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