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1년 내내 텅텅… 혈세 축내는 정부세종청사 국회 회의장

입력 2015-05-04 02:50

“국회 상임위원회가 정부세종청사에 설치된 국회 회의장을 자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2013년 10월 국회세종청사 회의장(사진)이 개장된 직후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회의장을 방문해 한 말이다. 국회세종청사 회의장은 국회가 그 해 7월 정부세종청사 내에 상임위원회를 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서 설치된 회의장이다. 전체 820㎡(248평) 규모로 전체회의실, 소회의실, 위원장실 등 총 10개실로 구성돼 있다.

강 전 국회의장의 말대로 국회의원들은 국회세종청사 회의장을 자주 이용했을까. 3일 정부청사관리소에 따르면 회의장은 개장 이후 1년반 동안 겨우 4차례 이용됐다. 2013년 국무조정실과 해양수산부가 이곳에서 국정감사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국무조정실만 국감을 이곳에서 진행했다.

상임위 회의는 지난해 1월에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 단 1건뿐이다. 번듯한 공간을 텅텅 비워 놔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세종청사 회의장 이용 실적이 저조한 것은 우선 국회의원들이 세종행을 귀찮아하기 때문이다. 국회의 한 보좌관은 “오가는 시간 때문에 많은 의원들이 세종에서 상임위 열기를 꺼려한다”면서 “거의 모든 의원들이 국감 때만 한 번 정도 세종에 가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세종의 정부부처 관계자는 “사실상 공무원에 비해 국회의원이 ‘갑’인데 공무원들을 서울로 부르지 의원들이 세종에 오겠느냐”고 말했다. 또 국회세종청사 회의장이 아니어도 회의를 열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점도 이용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지난해 기획재정위원회 등은 국감을 각 부처 대회의실에서 열었다. 굳이 국회의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필요 없는 것이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