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지대 밝혀준 ‘100가정 보듬기’… 서울 서대문구 후원사업 300호 성사

입력 2015-05-04 02:04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지난해 11월 후원자의 밤 행사에서 ‘100가정 보듬기’ 사업에 참여한 민간 후원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장면. 서대문구 제공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낡은 주택에 사는 정모(89) 할머니는 홀몸노인이다. 2009년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손 손목 윗부분이 절단되는 바람에 일을 그만둬야 했다. 수입이 끊기자 전기·가스요금 등 공과금이 자꾸 밀렸다. 따로 사는 자녀들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생계가 막막한 정씨에게 이웃들이 손길을 내밀었다.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신촌동 신촌교회 신도들이 2011년 6월부터 매월 2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던 정씨는 생활이 안정되면서 웃음을 되찾았고 이웃들과 왕래도 하며 지내고 있다.

신촌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김모(60)씨는 세 들어 사는 형편이지만 더 어려운 최모(16·고2)군에게 매월 3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최군 가족은 조손가정이다. 할머니가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근근이 생활해 왔다. 그런데 일면식도 없던 김씨가 고교 졸업 때까지 후원해 주기로 해 최군은 친구들처럼 자격증 준비 학원에도 다닐 수 있게 됐다. 꿈을 갖게 된 최군은 “저도 어른이 되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가 시행하고 있는 ‘100가정 보듬기’ 사업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가정에 희망의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도움이 절실하지만 법적요건이 안 돼 공적인 수혜대상이 되지 못하는 가정에 종교단체나 기업, 개인 등 민간이 후원자로 나서고 있다. 동 주민센터나 복지기관, 주민 등이 어려운 이웃을 추천하면 심사를 거쳐 수혜대상을 결정한다. 주로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홀몸노인, 소년소녀가장, 다문화가정 등이 대상자로 선정되며 이들에게는 일정기간 매월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 지원된다. 수혜자가 졸업하거나 이사, 취업, 사망 등으로 제외돼 현재는 160가정이 후원을 받고 있다.

문석진 현 구청장의 제안에서 시작돼 2011년 1월 첫 대상자가 나온 후 4년4개월 만에 300호 결연가정이 성사됐다. 300호 후원자는 연세대학교 의료원으로 4일 오후 서대문구청에서 협약식을 갖고 2017년 4월까지 2년 동안 한 부모가정 자녀인 정모(19)양에게 매월 25만원 후원하기로 했다.

문 구청장은 3일 “한정된 복지예산으로는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100가정 보듬기 사업은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 선진국형 기부문화의 틀을 마련하고 기부 바이러스를 확산시켜 나가는 선순환형 복지제도”라고 강조했다.

라동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