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복면가왕’ 부르며 들으며 힐링되네!

입력 2015-05-04 02:46
설 연휴 방송된 MBC ‘복면가왕’에서 우승한 EXID 멤버 솔지. MBC 방송 캡처

[친절한 쿡기자] ‘황금락카 두통썼네’ ‘꽃피는 오골계’ ‘정확하게 반갈렸네’

처음 봤을 땐 “이게 뭐야” 싶었던 단어들이 주말마다 인터넷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MBC ‘일밤-복면가왕’ 출연자들이 사용한 개성 있는 닉네임이죠.

복면가왕은 얼굴을 가린 출연자 8명의 노래를 듣고 정체를 밝히는 ‘미스터리 음악쇼’입니다. 설 연휴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가 지난달부터 일요일 오후 황금시간대를 꿰찼습니다.

복면가왕의 인기이유는 ‘복면’이라는 독특한 설정에 있습니다. 라디오도 아닌 TV에서 얼굴을 꽁꽁 싸맨 채 노래를 부르다니, 생각만 해도 파격적입니다. 프로그램 콘셉트에 맞게 노래가 끝나면 패널들은 노래 부른 사람의 정체를 두고 갖가지 추측을 내놓습니다. 가수뿐 아니라 연기자, 운동선수 등 다양한 스타들이 출연하기에 궁금증은 더 커지죠. 출연자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대결을 펼치고 탈락한 뒤에야 얼굴을 공개합니다.

그런데 방송이 계속될수록 “정체를 몰라도 무대를 계속 보고 싶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누구인지 알아맞히는 재미뿐 아니라 가면 속에 숨겨진 진정성이 시청자를 사로잡는 거죠. 지난달 26일 방송에서 2연속 가왕에 등극한 ‘황금락카 두통썼네’의 무대영상은 3일 기준 네이버TV캐스트에서 100만뷰를 넘었습니다.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은 “누군지를 떠나 정말 잘하더라. 좋은 노래 들어서 좋다”는 거였죠.

편견이 없다는 전제는 출연자에게 큰 모험입니다. 데뷔 연차, 경력, 공백기, 현재의 인기에 상관없이 “과연 나를 기억할까”라는 두려움을 안고 가면을 써야 하니까요.

가수 나비는 “아무도 내 목소리를 못 알아들을까봐 걱정했다”며 “‘헛되게 음악을 했던 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배우 현우는 “내가 누군지 모를까봐 그게 가장 걱정이었다”며 수줍게 정체를 밝혔죠. ‘섹시퀸’에서 보컬리스트로 재발견된 지나는 “백지영씨가 내 목소리를 알아챘을 때 그걸로 승자가 된 느낌이었다”고 울먹였습니다. 태연의 ‘만약에’로 젊은층에게 존재감을 새긴 권인하, 아이돌의 편견을 깨부순 B1A4의 산들, 데뷔 25년차의 내공을 드러낸 장혜진까지…. 모든 출연자가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오로지 실력으로 인정받는 무대에 서게 된 출연자도, 그들이 진심으로 부르는 노래를 듣는 시청자도 ‘힐링’받을 수 있는 복면가왕. 립싱크에 지친 우리 대중음악 시장의 틈새를 파고드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쇼입니다.박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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