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없는 모바일카드 출시 경쟁

입력 2015-05-04 02:48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BC카드 본사 지하 임직원 식당에서 직원들이 모바일 단독카드로 결제 테스트를 하고 있다. BC카드 제공

카드사들이 실물 없는 모바일카드 출시 경쟁에 나섰다. 정부가 페이팔 방식의 간편결제를 강조하면서 모바일카드는 잠시 시들해졌지만 최근 플라스틱 카드 없이도 모바일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되면서 다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주해졌다. BC카드는 모바일 단독카드 기술을 개발해 테스트를 거친 결과 모든 과정을 통과했다고 3일 밝혔다. 여신금융협회의 가이드라인이 확정된 뒤 약관 심사를 거쳐 고객에게 즉시 모바일 단독카드를 발급할 계획이다. 신한카드와 하나카드 등도 관련 기술을 개발해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는 대로 모바일 단독카드를 출시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현재 모바일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선 플라스틱 실물카드를 발급받은 뒤 인증을 받고 휴대전화에 또다시 설치해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선 모바일에 또 등록해야 해 효용성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사용 가능한 가맹점 수도 턱없이 부족했다. 2013년 카드사들은 스마트폰 사용이 급증하자 모바일카드를 띄우려고 가입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등 활발히 홍보에 나섰으나 정보유출 사태 등으로 잠시 주춤해졌다. 지난달 정부가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실물 없는 모바일카드 발급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다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카드사는 모바일 단독카드 발급으로 발급비용을 현재보다 85% 줄일 수 있다. 실물카드는 발급 시 카드모집인을 거치고, 플라스틱 카드를 찍어 배송하는 등 돈이 든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발급에서 배송까지 1주일 정도 걸리던 불편함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용할 유인이 생긴다. 다만 아직 불안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모바일 단독카드에서 부정사용이 발생할 경우 책임은 누가 지는지, 휴대전화를 분실했을 때 처리는 어떻게 될 것인지 등 새롭게 등장할 수 있는 보안 문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IC단말기 도입을 둘러싸고 모바일카드 방식이 다른 두 진영이 미묘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2013년 카드업계는 모바일카드를 출시하면서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NH농협카드 등 6개사가 채택한 앱 방식과 BC·하나카드가 내놓은 유심 방식이 각자 더 안전하다며 격돌했다. 유심 방식은 유심 칩에 금융정보를 저장해 사용하는 것으로 통신사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 수수료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

양 진영 갈등은 IC단말기에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을 추가하느냐를 놓고 또다시 불거졌다. 유심 방식의 모바일카드는 단말기를 가까이 대는 것으로 결제가 가능한 NFC 기능이 필수적이다. 지난해 정보유출 사태 이후 카드업계는 IC단말기 전환을 위해 1000억원을 조성했다. 하지만 앱 진영이 NFC 기능 추가에 비용이 더 든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나섬에 따라 7월 도입을 앞두고 아직 가닥도 제대로 못 잡고 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