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관 공백 70여일째, 이젠 종지부 찍어야

입력 2015-05-04 00:57
박상옥 대법관 후보 인준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70여일째 대법관 공백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6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인준안을 직권상정해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회 재적의원 298명 가운데 새누리당 의석수는 160석으로 과반이다. 임명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여당 단독으로 가결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여당 단독으로 이를 처리하는 것은 청문회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다. 여야 합의 하에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법관 인사청문회는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은 대통령이 임명 전에 국회 동의를 받기 위한 법적 절차다. 그러나 야당은 당초 검사 출신인 박 후보자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 참여 경력을 문제 삼아 사퇴를 요구하며 청문회를 거부해 왔다. 지난달 7일에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후보자의 법률관이나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검증은 뒷전이었고, 박종철 사건 수사에 관한 질의만 던졌다. 청문회 이후 3일 이내에 국회의장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는 심사경과보고서도 채택되지 않았다.

국회가 인준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실정법 위반이고, 대법원의 기능을 훼손시키는 행위다. 대법원에는 부(部)와 전원합의체가 있다. 부는 대법관 3인 이상의 합의로 결정할 수 있지만, 대법관 1명이 결원이라면 그만큼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9명 이상이 의결에 참여하면 되지만, 1명이라도 결원되면 사건 처리에 제동이 걸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4·29 재·보궐선거 전패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여서 박 후보자 인준 절차가 또 다시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 후보자의 박종철 사건 관련 이력에 대한 평가도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인준 절차를 거부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야당은 명분다툼과 정쟁을 그만두고 대법원의 기능을 회복시키는데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