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분한 여론수렴 거쳐 국민연금 인상 추진하라

입력 2015-05-04 00:57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우윤근 원내대표가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 활동 마감시한인 2일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의 불만이 비등하다. 여야 합의로 비로소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 중인 4대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는데도 환영 일변도는 아니다. 개혁안이 박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서는 ‘국가적 갈등과제 해결의 모범 사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국민연금 건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했다.

인사혁신처는 3일 “이번 개혁은 상호 양보와 고통 분담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낸 최초의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재정 건전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여율이 1.65%가 돼야 하나 여야 합의대로 현행 1.90%인 기여율을 20년에 걸쳐 1.70%로 단계적으로 인하해도 재정 건전성에 상당 부분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내년부터 2085년까지 70년간 총재정부담 기준으로 333조원, 연금적자 보전금 기준으로 497조원 개선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국가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재정수반 법률이다. 재정수반 법률이 국회 특위에서 통과되려면 국회법에 따라 비용 추계 보고서가 첨부돼야 한다. 하지만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경우 시간 부족을 이유로 이런 절차가 생략됐다. 특위 활동 마감시한에 쫓겨 여야가 졸속으로 입법했음을 자인한 격이다.

더 큰 문제는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 과정에 국민연금을 끼워넣기했다는 점이다. 여야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명목)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는 ‘공적연금 강화안’을 오는 9월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소득대체율을 인상할 요인은 충분하다. 그동안 소득대체율이 너무 낮아 국민연금의 본래 취지인 노후 보장이 안 되고, 당초 정부가 설정한 ‘40년 기준 70%’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야가 주무부처 의견이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합의한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연금 인상에 반대할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관건은 재원이다. 여야 합의대로 소득대체율을 10% 포인트 올리려면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8%로 인상해야 가능하다고 한다. 국민에게 더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무상복지 논란이 불을 보듯 뻔하다. 행정부가 동의하지 않은 여야 합의는 ‘월권’이라고 청와대가 반발하는 이유다. 국민연금 인상은 좀더 시간 여유를 갖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