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퇴직 공직자의 편법 재취업 곤란하다

입력 2015-05-04 00:57
정부가 퇴직 관료들의 취업을 위해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의 폐해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기관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통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국토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 26곳에 퇴직 공무원들을 채용키로 했다(국민일보 5월 2일자 1면 보도). 지난 3월 31일 개정·시행된 공직자윤리법(일명 관피아방지법)에 따라 공직자의 재취업 제한 대상 기관 수가 3배 확대됐고 제한 기간도 2년에서 3년으로 늘어 재취업이 더 힘들어지자 우선 이들 기관에 적을 두게 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한마디로 취업 제한이 풀릴 때까지 자리를 만들어주고 취업 준비를 하게 하는 셈이다. 정부가 겉으로 관피아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 실제로는 취업 알선에 앞장서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퇴직 공직자들은 최장 3년간 이곳에서 주 3일 정도 출근하며 월 400만원 정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인당 7평 정도의 사무공간과 사무보조 인력도 제공받는다고 한다. 공직의 경험을 정책에 활용한다는 장점을 무시할 수 없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직장에서 밀려나오는 보통의 국민들과 비교하면 엄청난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등 관련 노조는 “변형된 낙하산 인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무원들과 민간 부문의 유착을 뜻하는 관피아는 세월호 참사 원인의 하나로 지목될 만큼 우리 사회의 적폐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폐단을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그 결과 최근 공직자윤리법이 대폭 엄격해졌다. 그러나 규정과 법이 아무리 강화돼도 정부의 의지가 없으면 실효가 없다. 정부가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는 단호한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제도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봐야 무의미하다. 이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쪽에서 강화된 공직자윤리법이라는 제재 수단을 만드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놓은 것이다. 국민들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다. 정부는 여론을 무시하고 퇴직 관료들의 국책 연구기관 취업을 강행할 경우 엄청난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