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을 기다린 20세기 대중음악의 아이콘이 무대 위에 서자 공연장은 떠나갈 듯한 함성 속에 파묻혔다. 흰 셔츠에 검정 바지, 남색 재킷을 걸치고 기타를 맨 폴 매카트니(73)는 감격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무대 뒤 화면에는 전설의 밴드 비틀스의 사진과 열정적인 베이시스트 매카트니가 있었다. 그는 그대로였다. 주름 몇 개가 잡혀 있을 뿐.
2일 오후 8시20분. 1964년 발표한 앨범 ‘비틀스 포 세일’의 수록곡 ‘에이트 데이즈 어 위크’로 문을 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 폴 매카트니’는 160분가량 이어졌다. 한국을 처음으로 찾은 그는 쉬지 않고 피아노와 기타를 곁들여 39곡을 소화했다. 4만5000명이 들어찬 서울 잠실주경기장은 순식간에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봄비에 젖고 음악에 취한 관객들은 마지막 곡까지 자리를 지키며 그와 함께했다. 20, 30대 젊은층부터 두 손을 꼭 잡고 공연장을 찾은 50, 60대 중년 부부는 물론 가족 단위의 관객도 많이 눈에 띄었다.
그는 ‘살아 있는 전설’이었다. 관객들은 50년 이상 숙성된 노래와 연주 실력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감개무량해했다. ‘블랙버드’ ‘오블라디 오블라다’ 등 비틀스 히트곡과 윙스 시절의 ‘젯’ ‘밴드 온 더 런’, ‘퀴니 아이’ 등 2013년 발매한 솔로 앨범 ‘뉴’ 수록곡도 불렀다. 비틀스 멤버 존 레넌(1940∼1980)의 이름을 부르며 ‘히어 투데이’를, 조지 해리슨(1943∼2001)을 얘기하며 ‘섬싱’을 헌정했다. 공연 중 대여섯 번 기타를 교체했는데 ‘페이퍼 백 라이터’를 연주할 땐 “60년대 녹음 당시 사용했던 기타”라고 설명했다. 10년 이상 호흡을 같이 한 러스티 앤더슨(기타), 폴 위킨스(키보드), 브라이언 레이(베이스·기타), 에이브 라보리엘 주니어(드럼) 등은 무대에서 완벽한 연주력을 자랑했다.
공연의 절정 ‘렛 잇 비’가 흐르자 휴대전화 불빛으로 관객석 가득 별이 뜬 장관이 연출됐다. ‘나 나나 나나나나 나나나나’로 이어지는 ‘헤이 주드’ 땐 관객과 매카트니가 하모니를 맞췄다. 빨간 하트와 ‘나’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관객석에 파도쳤다.
그는 공연 내내 “한국에 와서 좋아요” “고마워요” “대박” 등 한국말로 친근한 모습을 선보였고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고 손 키스를 퍼붓는 등 달콤한 포즈도 취했다.
앙코르를 기다리는 관객들의 ‘헤이 주드’가 다시 공연장을 메우자 영국 유니언잭과 태극기를 들고 무대에 올라 ‘떼창’에 합류했다. ‘예스터데이’ ‘골든 슬럼버스’ 등 6곡을 더 부른 뒤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매카트니는 3일 트위터에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아시아 투어의 환상적인 클라이맥스, 한국 팬들은 어디서도 받아보지 못한 가장 큰 환대를 해줬다”는 글을 올렸다.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헤이 주드’ 떼창, 공연장을 달궜다… 매카트니 첫 내한 무대 성황
입력 2015-05-04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