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혐의 나오면 당장 그만둘 용의”

입력 2015-05-02 03:35 수정 2015-05-02 18:45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1일 ‘성완종 리스트’ 의혹 질의 등을 위해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실장에게 성완종 파문 경위를 직접 파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른쪽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곽경근 선임기자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성완종 리스트’에 본인 이름이 기재된 것에 대해 “혐의가 나온다면 당장이라도 (실장직을) 그만둘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스트에) 이름 석 자가 올랐다고 해서 (사퇴하는 건) 제 자존심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 수사에는 응할 수 있지만 현재는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만큼 거취를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리 연연하지 않지만 사퇴는 안 한다”=이 실장은 1일 취임 후 처음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 나와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은 아닌데,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는 것만 갖고 사퇴 여부를 말씀드리는 건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얼마든 나갈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어 “조사 대상이 되는 것만으로는 (사퇴를) 못하겠지만 만에 하나 잘못한 게 있다고 밝혀지면 당연히 그만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야당 의원들이 수사 공정성 문제를 언급하며 거듭 사퇴를 요구하자 “비서실장이라고 해서 검찰이 조사를 못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전직 대통령도 검찰이 조사한 적 있고, 현직 대통령의 아들과 형님도 조사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 실장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안 지 30년 되는 사이”라며 “오래 안 사이이기 때문에 조언도 부탁해 오고 했지만 금전이 오가는 사이는 절대로 아니었다”고 금품수수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최근 1년간 140여 차례 통화한 사실에 대해서는 “저는 오는 전화는 다 받는 사람”이라며 “아마 90% 이상이 성 전 회장이 제게 건 전화”라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마지막으로 성 전 회장과 통화한 시점과 성 전 회장의 청와대 탄원서에 대해 “(통화는 자살하기 전) 대엿새, 1주일 가까이 전이었다”며 “대통령과 민정수석에게 (지난 3월) 탄원서를 보낸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지난해 국가정보원장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서울 도곡동의 한 커피숍에서 성 전 회장을 만났을 당시 “(성 전 회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걱정하는 얘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성 전 회장이) 최근 경남기업 수사와 관련해 ‘자원외교 비리 같은 건 없다. 억울하다’는 걸 여러 번 호소해 왔다”며 “검찰 수사에 대해 관여할 수 없는 입장이고, 그건 어렵다고 대답했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리스트에 본인 이름이 나오자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고 “금전 관계는 전혀 관계없다는 답변을 드렸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추가로 진위를 확인해 보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했다.

◇“대통령 병명 공개 잘못됐다”=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이후 인두염과 위경련 증세로 치료 중인 사실을 청와대가 밝힌 것도 도마에 올랐다. 이 실장은 “결과적으로 시시콜콜한 병명까지 나간 것에 대해 저도 잘된 보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그렇게 안 알려졌으면 그게 또 의혹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을 통해 성 전 회장 사면 문제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이 의혹을 가진 것 같아 대통령이 발언하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운영위 회의 전 인사말을 통해 “진위를 떠나 비서실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있는 내 이름이 오르내리게 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회에 계류 중인 각종 개혁 법안과 경제 활성화 민생법안들이 다음주 끝나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 실장은 세월호 후속 대책과 관련해서는 “조속한 선체 인양, 추가적 진상 조사, 신속한 배·보상이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야당이 출석을 요구했던 김기춘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은 출석하지 않았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