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80대 노모·병든 아들 숨진지 한달만에 발견 부산 달동네 모자의 비극

부산의 한 달동네에서 치매를 앓던 80대 노모와 지병이 있던 40대 아들이 숨진 지 약 한 달 만에 발견됐다.

지난 30일 오후 1시40분쯤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달동네 방 2칸짜리 주택에서 전모(84)씨와 아들 설모(49)씨가 숨져 있는 것을 자원봉사자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전씨는 마루에서 누운 채로, 설씨는 안방에서 웅크린 상태로 발견됐다. 시신은 많이 부패된 상태였다. 외상 흔적은 없었고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3일 쌀 배달이 이뤄진 뒤로는 모자를 본 사람이 없었고, 배달된 쌀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점 등으로 미뤄 그 즈음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들이 먼저 숨지고 치매 증상이 있는 어머니가 음식물 등을 섭취하지 못해 굶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이 한창인 전씨 모자가 사는 집 주변 50가구 가운데 31가구가 빈집이다.

경찰이 유족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씨는 숨진 설씨를 포함해 1남2녀를 뒀으며 설씨와 둘이서 지내왔다. 전씨는 30년 전부터 심장질환을, 수년 전부터는 치매를 앓아 집 밖으로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설씨는 10년 전부터 다리에 힘이 빠지는 질병에 걸렸고 이후 매일 술에 의지하며 지내왔다.

전씨 모자는 2010년부터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등록돼 매달 70만원을 받아 생계를 꾸려왔다.

부산=이영재 기자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