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교관, 유엔 탈북자 증언 방해… 행사 중 발언권 신청 않고 “탈북자는 배신자” 성명

입력 2015-05-02 03:48
북한의 유엔대표부 직원들이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관련 행사의 진행을 방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미국 유엔대표부와 한국 유엔대표부가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고발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는 북한 대표부 직원들의 ‘막무가내’ 식 행동으로 10분가량 중단됐다.

북한 대표부 직원들의 추태는 첫 번째 증언자인 조지프 김(25)의 발언이 끝난 직후 발생했다. 2007년 미국으로 온 조지프 김은 그가 열두 살 때 아버지가 굶어 죽었으며 어머니는 중국을 왕래하다 붙잡혀 감옥에 간 사연을 털어놨다. 조지프 김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연단 아래에 앉아 있던 이성철 참사관은 발언권을 청하지도 않은 채 미리 준비한 성명서를 읽어내려갔다.

사회자가 나중에 발언권을 주겠다며 중단시켰으나 이 참사관은 듣지 않았다. 연단 주위에 앉아 있던 다른 탈북자들이 “중단하라”고 소리쳤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으며 성명을 모두 읽고나서 퇴장했다. 참다못한 탈북자 7∼8명이 이 참사관 일행을 둘러싸고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이들의 성명 내용은 ‘탈북자들은 조국을 버린 배신자’이며 ‘이런 행사는 북한 정권을 흔들려는 미국이 만든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행사 시작 전에도 같은 주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이례적으로 배포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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