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경기지표가 심상찮다. 4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8.1% 급감했다. 올 들어 4개월 연속 줄어든 데다 감소 폭까지 커졌다. 3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6% 줄어 반등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2월보다 1.5% 포인트 떨어진 73.6%에 머물렀다. 이는 2009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재고는 한 달 전보다 0.8% 늘었다. 물건이 안 팔려 창고에 재고가 쌓이고 공장은 돌아가지 않는 양상이다. 생산, 투자, 소비 등 실물경제 전반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이다. 무역수지는 39개월째 흑자를 보이고 있으나 수출보다 수입 감소가 더 큰 ‘불황형 흑자’로 실물 부문이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경제가 수출 엔진도 꺼지고 내수도 얼어붙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불거졌다.
그럼에도 고위 당국자들은 낙관적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 “2분기가 되면서 자산시장 중심으로 (경기)회복세가 옮겨갈 것”이라고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우리 경제에 미약하지만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주가 및 집값 상승 등 자산효과를 기대하면서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련의 이런 흐름은 외국계 단기 부동자금이 유입된 데다 전세대란에 따른 반사효과에 기인한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경기 회복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그리스 채무조정 암초를 만난 유럽경제도 불투명하다. 중국 역시 성장 목표를 제대로 이룰지 불투명하다. 엔저의 공세는 공포스러울 정도다.
일각에서 추가경정예산 불가피론까지 나오는 마당에 엉뚱한 시그널을 줄 수 있는 전망은 혼란만 부추긴다. 당국자들은 현실과 유리된 장밋빛 예측보다는 구조개혁 등 현안을 적극적으로 풀어나가는 자세를 먼저 보여야겠다.
[사설] 자산가격 오름세만으로 경기 낙관해선 안돼
입력 2015-05-02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