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살강 밑에서 수저 줍고 우쭐대면 안 돼요

입력 2015-05-02 02:07

‘살강’을 아시나요? 그릇 같은 것을 얹어 놓기 위해 부엌의 벽 중턱에 가로로 드린 선반을 살강이라고 합니다. ‘찬장(饌欌)’이 부엌에 들어와 자리를 잡기 전이나, 형편이 어려워 찬장을 장만하지 못하는 집에서 나무로 만들어 놓았던 것입니다.

‘살강 밑에서 숟가락 주웠다’는 속담이 있는데, 아주 쉬운 일을 해놓고 큰일이나 한 것처럼 자랑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기다란 나무 두세 개를 나란히 붙여서 가로질러 놓은 게 살강이니 수저(숟가락과 젓가락)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떨어진 그것을 주웠다고 자랑하거나 횡재했다고 생각한다면 어떨까요.

요리나 설거지 등을 하는 ‘부엌’은 ‘불(火)’과 ‘섶(薪)’의 합성어입니다.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든다’는 말의 그 섶이며, 薪은 원수를 갚기 위해 ‘섶에 누워 쓸개 맛을 본다’는 뜻의 ‘와신상담(臥薪嘗膽)’에 나오는 ‘신’ 자로 땔감을 말합니다. ‘불섶’은 본래 ‘아궁이에 불을 때는 나뭇단’의 의미였다가 음운과 의미 변화를 거쳐 지금의 ‘부엌’이 된 것이지요.

천신만고(千辛萬苦)를 거쳐 일을 이루는 사람과 살강 밑에서 숟가락을 줍거나 ‘어부지리’를 얻는 사람이 세상을 함께 살아갑니다. 공평하지 않은 일입니다. 서완식 교열팀장 suh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