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와 관련해 최근 회자되는 이슈들을 생각해보면 ‘인생 100세 시대’ 30년 일하고 40년 은퇴생활을 하는 시대, ‘연금 열풍’ 공무원연금 개혁의 사회 이슈화, ‘전세대란과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 자녀 교육비 및 결혼자금, 본인 퇴직, 부모 부양의 삼중고에 허덕이는 50대 가장 등이 떠오른다.
한 설문조사에서 노후 준비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고 답한 경우가 4.6%로 매우 낮게 나타났는데, 그 주된 이유는 노후에 대한 리스크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후 리스크로는 첫째, ‘생각보다 훨씬 오래 살아야 한다’는 장수 리스크다. 우리나라의 장수 리스크는 0.87로 미국 0.37, 일본 0.35에 비해 배 이상 높아 심각하다. 여기서 0.87의 의미는 본인이 20년 정도 더 산다고 예상했는데 실제는 87% 더 살아 37년을 더 살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건강 리스크다. 은퇴 후에는 생활비가 많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건강과 관련한 병원비, 간병비 등으로 생활비가 생각만큼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의 조사 결과를 보면 3명 중 1명이 생활비가 줄지 않았다고 한다.
셋째는 자녀 리스크다. 은퇴자 대상의 한 조사에서 ‘충분한 준비 없이 은퇴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71%를 차지하는데 그 주된 원인으로 ‘자녀의 교육비 때문’이 59%를 차지했다. 더욱이 은퇴 시기에 자녀 결혼이 그나마 준비한 노후 대책을 무너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자녀 뒷바라지는 어느 정도 선을 긋고 자신의 노후 대책을 우선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에 과도하게 편중된 자산구조 리스크다. 베이비부머의 경우 개인 평균 자산 3억3800만원 중 부동산이 2억5800만원으로 76%를 차지하고 있어 일본 41%, 미국 35%에 비해 비중이 매우 높다.
고령화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은퇴와 연결되면서 노후 리스크가 높아지는 게 더 큰 문제다. 고령화 진전과 은퇴에 대한 두려움, 장년층의 고용불안 등으로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큰 화두이다. 그렇다면 행복한 은퇴생활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노후 준비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자세’가 중요하다. 노후생활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갖추고 필요 비용도 어느 정도 예측해봄으로써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생애 설계를 통해 마련해간다’는 인식과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노후 준비를 어렵게 하는 주범인 과도한 자녀 뒷바라지를 줄이는 대신 노후를 위한 연금을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또한 금전적인 준비와 함께 금전 외의 부문도 균형 있게 준비해야 한다. 노후에 안정된 생활을 하기 위해선 금전적 준비가 선행돼야 하지만 건강관리, 취미·여가생활, 부부·가족관계, 봉사·종교활동 등의 준비도 필요하다.
더욱이 은퇴생활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눈높이를 한 단계 낮추는 자세가 필요하다. 은퇴 후에는 대개 고정 수입이 없거나 적어지므로 현역 시절의 사고방식과 생활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거용 부동산의 활용 가치를 높이고 자가용 승용차를 포기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금 더 느리게 살고, 조금 덜 버는 대신 조금 덜 쓰는 삶이 되어야 한다.
100세 시대에 있어 행복한 은퇴생활을 위해서는 정년 후 16만여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권병구 ㈔은퇴연금협회 상임부회장
[기고-권병구] 노후 리스크 줄이려면
입력 2015-05-02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