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희망을 품은 배

입력 2015-05-02 18:29
아프리카 난민선. AP연합뉴스

배는 호수나 강, 바다 등 수체를 통한 이동과 운송에 이용되는 구조물이다. 옛날 배는 나무로 만들어져 물에 뜨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나 요즘 배들은 무거운 철로 건조되니 뜨는 것 자체가 신기한 구조체다. 선박은 물에 뜨는 부양성, 승객과 짐을 싣고도 기울거나 쓰러지지 않는 적재성, 물에 떠 움직일 수 있는 이동성 등 세 가지 특성을 지닌다. 작은 나무배부터 축구장 3배 규모의 대형 선박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내외부의 힘을 견디는 강도와 전복의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안정성 확보다.

배가 안정적이라는 것은 항해 중 맞닥뜨리는 위험요소를 이겨내고 생명의 안전을 담보한다는 것이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정박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배는 거친 파도와 역경을 헤치고 목적지에 도달할 때 그 존재가치가 발휘된다. 그래서인지 배에는 유독 ‘희망’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15세기 인도항로 개척 시 명명된 희망봉, 임진왜란 극복의 희망이었던 판옥선과 거북선, ‘배를 저어 가자’로 시작되는 가곡 ‘희망의 나라로’가 그렇다.

선박은 재료, 추진 동력, 사용 목적, 화물 상태, 적재 방식 등 다양한 관점에 따라 종류가 구분된다. 사용 목적에 따라 배를 분류할 경우 상선, 특수작업선, 군함, 어선 등으로 구분하는데 이 중 상선은 사람을 나르는 여객선, 화물을 운반하는 화물선, 그리고 사람과 화물을 함께 운송하는 화객선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선박 관련 서적 어디에도 설명되지 않는 배, ‘난민선’이 최근 언론매체에 자주 등장했다.

유엔난민기구는 지난 4월 지중해 아프리카 난민선 침몰사고 사망자가 800여명에 달한다는 슬픈 소식을 전했다. 2011년 이후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세가 내전으로 불안해지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난민선은 일종의 희망이었을 것이다. 달에 착륙한 아폴로 우주선(spaceship)도, 우주를 오갔던 디스커버리 우주왕복선도 일종의 배다. 외계로 보내지는 구조체에 배를 의미하는 ‘선(船)’자를 붙이는 것도 이들 역시 희망을 품고 우주를 탐사하기 때문 아닐까. 부양, 적재, 이동의 세 가지 특성과 함께 안정성 유지가 희망을 잉태하는 원동력인지 모른다. 5월 한국호의 순항을 희망해보자.

노태호(KEI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