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요? 예수님이 말씀하신 ‘팔복에 관한 교훈’(마 5:3∼10)을 보세요.”
여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리던 지난 29일 오후 서울 도봉구 도봉로 갈릴리교회에서 김영복(50) 담임목사를 만났다. 5년 전 이 교회에 부임한 김 목사는 가정의 달을 맞아 펴낸 ‘예수의 행복론’(킹덤북스)을 전하면서 교회를 소개했다.
“1966년 서울 남산에 이주한 화재민 가정을 중심으로 기도회 모임을 갖기 시작했답니다. 이듬해 쌍문동으로 옮겨 천막을 치고 예배를 드렸어요. 원래는 창현교회였어요. 82년에 갈릴리교회로 개명했습니다.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여사 가족이 다니던 교회라고 하면 아시겠지요.”
그래서일까. 교회엔 뭔가 모를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교회 현관 코앞에 있는 담임목사실에선 성가곡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김 목사는 중학교 2학년 때 위와 십이지장 부위에 큰 통증이 있어 낫게 해주면 목사가 되겠다는 서원기도를 드린 것이 계기가 돼 목회자가 됐다. 감신대를 나와 91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목회를 하던 김 목사는 2001년 귀국해 연세대 인문예술대 교수와 교목 등을 역임했다. 2010년 갈릴리교회로부터 청빙을 받고 지역의 작은 교회를 섬기고 있다.
그가 안내하는 행복에 이르는 길은 어떤 것일까. 김 목사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궁극적 목적으로 추구한 ‘최고의 선’이라고 했다. 바로 ‘행복(eudiaimonia)=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이다. 마태복음 5장에 나오는 ‘마카리오스’는 ‘복이 있다’ 혹은 ‘행복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칠십인 역에서는 이 말이 ‘행복한, 복된’을 뜻하는 히브리 단어 ‘아쉐레이’를 번역하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 곧 ‘복이 있다’는 말은 ‘행복하다’는 말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수님은 이스라엘의 북쪽 갈릴리 호숫가 산상에서 행복에 이르는 그 길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8가지 행복론이죠. 기독교 영성이 도달해야 하는 출발점이자 마지막 종착점이 다 들어있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크리스천들이 그 길을 잃고 표류하며 방황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김 목사는 한국교회에 대한 이런 저런 우려에 대해 개인적으로 한국 교회는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했다. 한국교회는 세계 어느 교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뜨거운 열정’과 ‘남다른 헌신’이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의 열정과 헌신의 내용이겠죠. 이제는 차분히 우리의 믿음의 내용을 채워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한국 교회가 직면한 정체성의 위기(Identity crisis)와 상관성의 위기(Relevance crisis)는 모두가 믿음의 내용을 채우지 못한 결과입니다. ‘신앙’이 없는 ‘신학’도 문제이지만 ‘신학’이 없는 ‘신앙’도 문제인 것이죠. ‘교회다움’을 회복하고 ‘교회의 사명’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는 믿음의 내용을 채우는 신학적 자기성찰의 과정이 절실합니다.”
미국 클레어몬트대에서 종교학 석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 목사는 현대인들이 왜 심한 분노와 공허와 불안과 갈등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내놨다. “인간 스스로 자기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모르는 것이 문제입니다.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내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는 과연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불행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그의 행복론에서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죠. 문제는 ‘어떻게 나 자신을 알 수 있는가?’입니다. 하지만 철학은 답을 주지 않습니다. 철학과 신학의 만남이 없는 인문학도 공허한 학문적 유희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학은 다릅니다. 그 속에 해답이 있습니다.”
글·사진=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저자와의 만남-갈릴리교회 김영복 목사] “예수님 여덟가지 행복론… 삶의 지표입니다”
입력 2015-05-02 0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