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이후] 호남·비노계, 文에 부글부글… 지도부 우왕좌왕

입력 2015-05-01 04:07
[의원선서] 4·29재보선 당선자들이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상수(인천 서·강화을) 천정배(광주 서을) 신상진(경기도 성남 중원) 오신환(서울 관악을) 의원. 이동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4·29재보선 후폭풍이 예상 이상으로 강하게 일고 있다. 선거 직전까지 의원들 사이에서는 ‘승리하기 쉽지 않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나 막상 ‘영패’가 현실화되자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졌다’는 인식으로 바뀌었다. 특히 호남과 비노(비노무현)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2·8전당대회 이후 봉합되는 듯했던 계파 갈등도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불난 집에 기름 부은 대표의 말=호남과 비노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30일 오전 문재인 대표의 ‘정면 돌파’ 발언에 대한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선거 패배에 대해 책임지고 자성하겠다는 메시지는 없고 정부·여당에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는 것이다.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아냥도 등장했다.

호남의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의 발언을 언급하며 “지도부 총사퇴를 선언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느냐”며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호남의 거친 민심이 재보선 결과에 그대로 나타났다”며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지 않는다면 다음 총선 결과도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비노 진영의 한 초선 의원은 “문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호남 의원들 사이에서는 ‘다음 총선에서 새정치연합 간판으로 당선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불안감이 팽배했다”며 “결국 터질 것이 터지고야 말았다”고 말했다. 호남 민심이 진정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문재인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혼란스러운 지도부, 대표가 직접 수습 나서=당 안팎에서 ‘문재인 책임론’이 부각됐지만 본격적인 사퇴 요구로 비화하지는 않았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지금 대표가 사퇴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지금은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도부 내 혼선도 이어졌다.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지도부 간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특히 문 대표가 지도부와 상의 없이 입장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최고위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아무런 얘기도 안 하고, 우리가 들러리냐”며 “해임건의안 때도 이완구 총리라는 (여권의) 앓던 이만 빼주고 사면정국으로 옮겨주지 않았나”라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 최고위원은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동료 의원들의 만류로 입장을 바꿨다. 지도부의 한 핵심 의원은 “문 대표가 아침에 ‘가이드라인’을 정해버려 최고위원들도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문 대표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그는 본회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재보선 결과와 관련한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문 대표는 자신의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고 밝혔다. ‘부족했다’ ‘송구스럽다’고만 했던 오전 발언에 비해 한층 더 무게가 실린 표현이었다. 그는 지도부 사퇴 대신 당의 개혁과 통합, 단결을 통한 국민 신뢰의 회복을 약속했다.

한편 안철수 전 대표는 본회의 직전 국회에서 문 대표와 만나 오는 7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합의추대’ 방식을 제안했다. 안 전 대표는 “재보선에서 지고 나서 우리끼리 원내대표 선거를 하면 어떤 국민이 좋아하겠느냐”며 “당내 소모적 갈등이 재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원내대표 합의추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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