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러 승전 기념식 불참… 막판 번복으로 부정적 영향 예상

입력 2015-05-01 02:45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크렘린궁이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이날 기자들에게 오는 9일 2차대전 승전 기념행사에 참석이 예정됐던 김 제1비서가 “평양에 남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페스코프는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에게 이 같은 결정이 전달됐다”며 “이는 북한의 내부 문제와 연관된 것”이라고 말했다.

페스코프는 앞으로 언제 양국 정상 간 만남이 가능할지를 묻는 질문에 “현재까지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는 그동안 김 제1비서가 모스크바 승전 기념행사에 참석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며 그의 방러가 성사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현재까지 김 제1비서가 방러를 취소한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러 양측이 정상회담을 위한 최종 의제 조율에 실패했거나 김 제1비서에 대한 경호 문제에 이견이 생겨 방러가 무산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모스크바 외교가에선 러시아 승전 행사에 김 제1비서의 참석을 약속했던 북한이 마지막에 결정을 번복함으로써 심각한 외교적 결례를 범한 꼴이 돼 이번 결정이 그동안 급진전되던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11년 집권한 김 제1비서의 첫 해외 방문이 무산된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북한의 내부 문제’와 관련, “양국 관계에 문제가 있어서 안 가는 것이 아니라 북한 자체 사정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여러 가지 계산이 있었을 것”이라며 “일단 다자회의라는 점이 부담되지 않았을까 한다. 다자회의는 가본 적이 없고 어떻게 대접을 받을 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혈맹인 중국보다 러시아를 먼저 찾는 데 대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손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