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4·29재보선 참패 이튿날인 30일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다. 문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 참석해 준비한 원고를 차분히 읽었다. 그는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저희가 부족했다” “분노한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참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의 부족함을 깊이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문 대표는 의원총회에서도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그 방법이 그냥 그만두고 나면 또다시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표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패가 불러온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당내 반응은 싸늘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이 너무 나쁜 패배”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의 심장부인 광주 서을에서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에게 20% 포인트 이상 차이로 졌다. 야당이 한 번도 진 적 없는 서울 관악을에서도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43.9%)에게 당 소속 정태호 후보(34.2%)가 9% 포인트 이상 차이로 패했다. 무소속 정동영 후보(20.2%)에게 야권분열 책임을 떠넘기기도 어렵게 됐다.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이상규 전 의원은 무소속 김희철 후보가 정 전 의원보다 많은 표(28.5%)를 가져갔어도 당시 후보였던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을 꺾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패배의 1차 책임은 새정치연합의 ‘실력 부족’인 셈이다.
재보선 결과에 대한 김한길 전 공동대표의 발언은 의미심장했다. 김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겨야 하는 선거를 졌다. 총선을 앞두고 다들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함께 지난해 7·30재보선에서 패하자 이튿날 곧바로 동반 사퇴했다. 당시 사퇴의 변이 “이겨야 하는 선거를 졌다”는 것이었다.
지도부의 불협화음도 들렸다.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주승용 최고위원은 의원총회에서 재보선 패배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의원 전원이 사퇴 철회를 권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도부 퇴진 목소리가 분출하진 않았지만 물밑에서는 불만 여론이 끓고 있다. 문 대표가 상황을 조기 수습하지 못할 경우 ‘레임덕’이 곧바로 시작될 수 있다.
호남 의원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야권 쇄신’을 내건 천정배 의원은 이날 “호남을 중심으로 30곳에 후보를 내 뒤집겠다”는 말도 했다.
문 대표의 대선 주자 지지율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 한 의원은 “문 대표가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1위라지만 호남과 수도권에서 비토 여론이 높다는 게 확인돼 우려스럽다”며 “참여정부 프레임, 친노(친노무현) 프레임에 완전히 갇혀 버렸다”고 말했다. 4·29재보선은 문 대표도, 새정치연합도 ‘절체절명’ 상태로 몰아버렸다. 위기의 대선 1위 주자, 위기의 제1야당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이슈분석] “절체절명 각오로 다시 시작” 밝혔지만… 문재인의 레임덕
입력 2015-05-01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