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네팔 대지진] 4개월 아기 22시간 만에 ‘기적의 생환’

입력 2015-05-01 02:39
생후 4개월 된 갓난아기가 네팔 대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아래 갇혔다가 22시간 만에 구조됐다. 구조장면을 지켜보던 가족과 주민들은 ‘기적’이라며 환호했다. 카트만두투데이 홈페이지

네팔의 10대 소년이 지진 발생 닷새 만에 빌딩 잔해 속에서 구조됐다. 생후 4개월 된 아기는 무너진 집 아래에서 구조되기까지 22시간 동안 생존했다.

AP통신은 30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의 7층 건물이 무너진 현장에서 구조대가 펨파 타망(18)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고 보도했다. 구조대는 잔해더미 속 공간으로 기어들어가 콘크리트 아래에 갇혀 있는 타망을 발견했다. 타망은 구조대의 바스넷 경관이 다가오자 “고마워요. 물을 주세요”라고 말했다.

창백한 표정의 타망은 링거 주사를 맞고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비교적 건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스넷 경관은 “잔해 속에서 5일 동안 그를 버티게 해준 힘은 타망의 ‘굳센 믿음’이었다”고 말했다.

구조활동을 지원한 미국국제개발처(USAID) 재난대응팀의 앤드루 올베라 팀장은 “소년이 매몰된 곳이 그리 깊지 않았지만 버팀목이 쓰러진 소년의 목을 누르고 있어서 꼼짝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생후 4개월 된 아기가 22시간 만에 구조됐다고 현지 신문인 카트만두 투데이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트만두 인근 박타푸르에 사는 쉬암 아왈의 집은 지난 25일 지진으로 붕괴되면서 아왈의 생후 4개월 된 아기 소닛을 함께 삼켰다. 아왈은 미친 듯 잔해더미를 파헤쳤지만 소닛을 찾지 못했다. 군 구조대가 달려와 자정까지 구조활동을 펼쳤으나 아기를 구하지 못했다.

구조대는 돌아갔고 밤은 깊어갔다. 추위와 함께 여진의 공포가 엄습하면서 생존자들은 공터에 마련된 대피소로 피신했다. 하지만 아버지 아왈은 잔해더미를 떠나지 못했다. 어둠이 짙을수록 주변은 침묵으로 빠져들었다. 그 무렵 아왈은 땅 아래쪽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들었다.

다음날 아침 군 구조대가 다시 돌아와 버팀목과 벽돌을 치우고, 구덩이를 파내 듯 삽질을 시작했다. 가족과 이웃들은 숨죽이며 구조활동을 지켜봤다.

오전 10시쯤 마침내 온 몸에 먼지를 뒤집어쓴 소닛이 나타났다. 소닛은 햇살이 눈부신지 눈을 꼭 감았다. 군인들은 조심스레 소닛을 감싸 안았고 가족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박타푸르 병원으로 옮겨진 소닛은 믿기지 않을 만큼 다친 데가 하나도 없었다.

자신을 희생한 모성 덕에 목숨을 건진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머헐레씨는 여섯 살배기 딸과 젖먹이 아들을 끌어안고 숨진 아내(38)가 발견된 건물 앞을 떠나지 못했다. 아이들은 살아남았지만 엄마를 잃은 충격과 슬픔에 가족들은 눈물만 흘렸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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