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리아타운에서 촬영했다고 해도 믿을 듯. (영화) 대사에서 서울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서울인지도 모름.” “경제효과 2조원은 역사상 길이 남을 농담이 될 전망이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 개봉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채운 반응들이다. ‘어벤져스2’ 제작진이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촬영할 당시 한국관광공사가 운운했던 경제효과에 대한 조롱이다. 경제효과 분석은 영화 개봉 이후에도 유효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올시다’다.
◇담당 연구원 “과장된 면 있다”=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어벤져스2’ 국내 촬영에 따른 경제효과를 발표했다. 국내 산업의 생산유발효과는 약 251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107억원일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고용유발효과는 약 300명으로 예상했고, 국내 외국인 관광객 수가 약 62만명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 네 경제효과 총합이 876억원이다.
그러나 당시 영진위의 의뢰를 받고 경제효과 분석을 했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정헌일 부연구위원은 1일 “경제효과를 876억원으로 분석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생산유발효과, 부가가치유발효과, 고용유발효과, 관광객 증가 예상치를 따로 분석해 보내줬는데 영진위가 이들을 합한 것 같다”면서 “네 가지 경제효과 사이에는 겹치는 부분이 있어 단순히 더하면 잘못된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관광객 증가 예상치에 대해서는 “나도 영화를 봤는데 62만명의 관광객이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한 부분은 오버(과장)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광공사는 국가브랜드 가치가 0.1% 포인트 상승해 2조원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확인 결과 ‘2조원’은 경제학자의 정밀한 분석 결과가 아니고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가 한 일간지와 인터뷰한 내용을 인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서 교수에게 확인한 결과 “할리우드 최고의 블록버스터가 20분가량 한국을 담는다면 국가 홍보효과가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을 뿐 2조원이라고 명확한 수치를 말한 적은 없다”고 했다.
관광공사는 또 직접 홍보효과로 4000억원을 추산했었다. 영화에서 서울이 등장한 시간만큼 전 세계 극장에서 광고할 때 드는 비용을 계산해서 1500억원이 나왔고, 부가판권시장에서 광고효과가 2500억원으로 계산됐다. 그러나 경제효과를 산출했던 관광공사 관계자는 “경제효과 산출식이나 모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실토했다.
‘2조원’ ‘4000억원’ ‘876억원’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계산은 없는 셈이다.
◇경제효과 분석은 “90년대식 사고”=전문가들은 문화산업의 경제효과를 사전에 예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채지영 연구위원은 “제작진 지출 비용 등 직접 경제효과는 예상할 수 있어도 문화산업의 간접 경제효과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 정책의 경제효과 분석도 잘 들어맞지 않는데 문화의 경제효과 분석은 더욱 애매모호해 정부가 아전인수 격으로 분석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번 해프닝이 후진적인 문화 행정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화평론가 듀나는 “(경제효과 분석은) ‘영화 쥬라기 공원 한 편은 차 몇 대 수출 분량’이라는 90년대식 사고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데, 21세기에도 아직까지 이러고 있으면 많이 민망하다”고 꼬집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는 단지 애국주의에 호소하거나 국가경제를 운운하는 단순한 접근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영화 경제효과 믿어도 될까] ‘어벤져스 2’ 서울 장면이 2조원? 글쎄올시다
입력 2015-05-02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