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긍정 신호 보인다더니 생산·소비·투자 모두 마이너스… 정부 시각, 실물 지표와 엇박자

입력 2015-05-01 02:07

지난 3월 한국의 전 산업생산이 감소세로 다시 돌아섰다. 생산지수 상승세는 지난 2월 ‘반짝 상승’에 그친 셈이다. 생산지수뿐 아니라 소비, 투자 등 모든 실물지표가 마이너스(-)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경기 상승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에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인식과 맥을 같이 한다. 실물경제 지표와 통화·경제정책 당국의 경기 인식이 엇갈리면서 금융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물지표와 엇갈리는 정부의 ‘2분기 낙관론’=30일 통계청의 ‘3월 산업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6% 하락했다. 지난 1월 -1.9%로 대폭 떨어졌다가 2월에 2.2% 반등하며 경기 기대감을 높였던 생산지수가 다시 꺾인 셈이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월보다 1.5% 떨어진 73.6%에 머물렀다.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다.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소매판매(-0.6%)와 기업의 투자 수준을 나타내는 설비투자(-3.9%) 등도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2월 주요 지표가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완만히 회복되는 모습”이라면서 “2분기 이후 내수 중심으로 경기 개선세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기재부의 평가는 통화 당국인 한은의 인식과 일맥상통한다. 이 총재는 지난 28일 가진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국제회의에 가면 참석자들이 한국경제를 상대적으로 양호하게 평가하고 있다”며 “올 2분기의 경기 흐름이 앞으로 회복세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앞서 “2분기가 되면서 자산시장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옮겨갈 것”이라며 ‘경기 낙관’에 불을 지폈다.

◇누구 말이 맞나, 혼란스러운 금융시장=정부의 낙관론은 당장 금융시장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을 위축시키고 있다. 지난달 9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을 때만 해도 한 차례 추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로 인해 채권 금리도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안심전환대출을 토대로 한 주택저당증권(MBS)도 시중 금리 불안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심전환대출 MBS가 수급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시중금리가 지난 18일부터 계속 올랐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기 전망이 정부 예측대로 갈 수 있을지다.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고 중국과 미국 의 경기도 예상보다 가라앉는 속도가 빨라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여건도 심상치 않다. 엔저 현상의 심화로 수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2분기 낙관론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 이유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기 회복의 시점이 2분기가 아닌 하반기 이후로 가는 상황”이라면서 “현재는 경기 바닥이 너무나 약하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