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단통법 시행 후 영업이익 크게 늘었지만…가입자당 매출 뒷걸음질

입력 2015-05-01 04:20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사들은 마케팅비용과 인건비 감소로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수익 안정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전 분기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1분기 영업이익이 인건비 감소 등 요인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3% 늘어난 3209억원을 달성했다고 30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한 5조4364억원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매출 증가보다는 마케팅비용과 인건비 절감이 영업이익 증가의 주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무선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고 유선 수익은 7.8% 하락했다.

특히 KT의 1분기 ARPU는 지난해 4분기(3만5283원)보다 2.5% 감소한 3만4389원을 기록했다. ARPU란 한 달 동안 가입자가 단말기 할부대금 등을 제외한 서비스 이용 요금으로 결제한 평균 금액이다. ARPU가 높을수록 이통사의 수익 구조가 안정적이라는 의미다.

특히 1분기 말 기준 LTE(롱텀에볼루션) 가입자 비중은 65.3%로 지난해 말 62.4%에 비해 늘었지만 오히려 ARPU는 감소했다. 고가 LTE 요금제 대신 중·저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가입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8일 공시에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7% 증가한 1547억원을, 매출은 2조55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역시 매출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가 아닌 마케팅비용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였다. LG유플러스의 1분기 ARPU는 3만5792원으로 지난해 4분기(3만7449원)보다 4.4% 감소했다.

다음 달 6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SK텔레콤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FN가이드는 SK텔레콤의 1분기 영업이익을 518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소폭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ARPU가 하락하는 등 이통사의 무선 부문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단통법 시행 이후 공시지원금 외에 고가 요금제를 유치할 수 있는 보조금 지급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고가 요금제 가입 고객은 줄어드는 반면 유통점(대리점·판매점)에 지급되는 리베이트(유치 장려금)는 크게 차이가 없어 이통사들이 수익을 내기 더 어려운 구조가 됐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