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금융지주·은행 실적] KB금융, 신한 앞질러… 농협 46배 수직상승, 우리·외환 깜짝 실적

입력 2015-05-01 02:11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의 1분기 성적표가 나왔다. 기준금리 하락에 은행들이 앓는 소리를 했지만 모두 전 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수익구조 개선 등에 따른 수익 향상보다는 일회성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분기 한 차례 더 기준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안심전환대출의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해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NH농협지주와 우리·기업은행이 1분기 실적발표를 마쳤다. 기업구조조정으로 인해 악재가 많았던 지난해에 비해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십에서 수천 % 증가했다. 농협지주는 지난해 1분기 농협은행이 STX그룹 출자전환 주식 손상차손과 대손충당금 추가적립 등으로 266억원 손실을 내면서 당기순이익이 30억원에 그쳤다. 반면 올 1분기엔 4486.7% 증가한 13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각종 악재에 시달렸던 KB금융지주는 전년 동기 대비 68.7% 늘어난 6050억원을 달성하며 신한지주(5921억원)를 6년 만에 앞질렀다.

금융지주 실적을 보면 은행권이 선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주 계열사인 은행의 수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웃을 수만은 없다.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국민·우리·외환은행과 수익이 감소한 신한·하나은행을 가른 것은 승소에 따른 일회성 수익이었다. 국민은행은 법인세 환급(18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22% 수익이 급증했고, 우리와 외환은행은 삼성자동차 채권 관련 소송에서 이겨 이익이 각각 1320억원, 246억원 늘었다.

2분기 전망은 밝지 않다. 기준금리가 또다시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 안심전환대출 유동화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은행권이 당장 입을 손실을 약 4200억원으로 추산했다. 정부와 기업 역시 은행 발목을 잡는다.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기업구조조정이 이어져 은행 손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은행에 대출을 늘리라고 지시하고 인력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채 채용을 늘리라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자산운용 부문을 키우고 해외로 진출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긴 어려워 은행업이 당분간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