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국회의원 의석 4석이 걸린 4·29재보선이 있던 날 각 지역 선거구와 여야 정당 못지않게 뜨거웠던 곳이 있습니다. 바로 네이버 인기 웹툰 ‘복학왕’ 게시판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지나치게 희화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겁니다. 복학왕 46화에는 오바마 대통령을 패러디한 캐릭터 ‘바락 우바마’가 한국 여대생에게 이성적 관심을 갖는 것처럼 그려져 네티즌들이 들고일어났는데요. 이날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복학왕으로 요동쳤고 30일 오후 5만건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네티즌들은 “한 나라의 대통령에 대한 풍자를 넘어 모독 수준” “이번 에피소드는 이유도 없이 조롱한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지나친 비난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작가의 창작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었지만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죠.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작가인 ‘기안84’(본명 김희민)는 문제가 된 마지막 장면(사진)을 삭제했습니다.
그런데 30일 새벽 웹툰 게시판에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복학왕을 일부 옹호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죠. 이어 비슷한 내용의 글이 눈덩이 굴리듯 많아졌습니다. 이런 반전이 벌어진 배경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밀월관계를 과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베 총리는 과거 침략전쟁과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해 끝내 사과하지 않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사실상 묵인했습니다. 이게 바로 한국의 ‘넷심’이 돌아선 계기입니다.
트위터에서는 “오바마도 국익을 좇아 아베와 ‘감파이’ 하는데 만화 하나로 외교적 결례 운운하는 건 황당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복학왕은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복학왕을 옹호하는 네티즌들은 작품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다만 마녀사냥식 공격을 비판하는 것이죠. 그들은 “가볍게 희화화한 것을 두고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는 겁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복학왕이 희화화한 대상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나 아베 총리였다면 이 정도로 문제가 됐을 리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시사점이 모호하고 이유가 없는 풍자는 조롱이고 비난일 뿐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원망 속에서 여전히 복학왕을 비난하는 여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은 그래서일 겁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오바마가 한국 여대생 보고 두근?’ 웹툰에 비판… 오바마-아베 만찬 후 넷심 돌아서
입력 2015-05-01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