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재보선 광주 서을에서 당선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호남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까지 광주에서 ‘뉴 DJ’들, 참신하고 실력 있고 국민을 섬기는 인재들을 모아 비전 있는 세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광주를 포함한 호남 전체를 아울러 새정치민주연합과 경쟁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전통 야당의 안방에서 제1야당 후보를 큰 표차로 눌러 5선 고지에 오른 중진 의원으로서 나름대로 정치적 포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당선 일성이 야권세력 통합이 아니라 ‘경쟁’으로 포장된 분열이어서 실망스럽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포용력 부족으로 천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을 탈당하도록 만든 것은 큰 잘못이다. 그러나 호남에서 화려하게 재기한 천 의원이 정권교체의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호남지역 독자세력화를 선언한 것은 전체 야권 지지자들의 뜻과 배치된다.
우리 야당사를 보면 통합의 정치를 하지 않고서는 집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1987년 대선 때 김영삼과 김대중의 분열이 대표적 사례다. 김대중은 10년 뒤에야 충청 세력인 김종필의 자민련과 손잡고 힘겹게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었다. 노무현도 자신의 지역 기반인 부산·경남(PK)에다 호남의 전폭적 지지가 있었기에 당선될 수 있었다. 2017년 대선 때도 야권이 정권을 잡으려면 문재인 박원순 안철수 등 대선 예비주자들의 출신 지역인 PK와 호남이 뭉치지 않으면 안 된다.
대선 1년 전인 2016년 치러질 20대 총선에서 천 의원 등이 호남 신당을 만들어 새정치연합과 정면 승부를 펼칠 경우 새누리당의 압승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야권의 총선 패배는 대선 패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천 의원이 선거기간 내내 외쳤던 ‘호남정치 복원’이 과연 뭔가. 노무현정권에서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호남인들의 속을 박박 긁어 그들만의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 호남 출신 대선 주자가 부각되지 않는 상황에서 총선에서만이라도 이득을 챙기자는 속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호남 자민련’이 최대 목표라고 봐야겠다.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4·29재보선에서 참패한 새정치연합이 총선에서 정권교체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표가 당 쇄신과 함께 통합의 정치를 적극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친노와 비노 세력이 대립하는 구도는 국민들이 지긋지긋해한다. 비노 세력인 안철수 전 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과 상생의 정치를 구현하는 것이 시급하다. 새정치연합이 계파·패권주의에 취해 있다는 천정배 의원의 비판은 백번이고 천번이고 새겨들어야 한다. 당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분당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사설] 분열하는 야당으로는 정권교체 요원할 뿐
입력 2015-05-01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