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경제논리 앞세운 단기방학

입력 2015-05-01 18:56

올해 도입된 초·중·고교 단기방학이 1일부터 시작된다. 1∼14일 봄 관광주간에 맞춰 주말·공휴일에 재량휴업일을 붙여 1주일 내외의 짧은 방학을 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발표한 ‘2015학년도 학사 운영 다양화·내실화 추진 계획’의 일환이다.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는데 전국 초·중·고 90%가량이 단기방학을 결정했다. 대부분 휴일을 포함해 4∼5일 쉰다. 일부 학교는 10일간 쉬기도 한다. 10월에도 가을 관광주간 행사와 맞물려 단기방학이 실시된다.

하지만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의 불만이 많다. 아빠와 엄마가 모두 연차휴가를 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녀를 맡길 곳을 찾느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선 교육청이 초등 돌봄교실 운영, 학교 도서관 개방 등의 대책을 마련토록 주문했지만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 오히려 학원가로 향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을 게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전북도교육청은 단기방학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서민층에는 부담이다. 여행을 가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드는데 선뜻 나설 수가 있겠는가. 오히려 소외감이 들까 걱정이다. 단기방학 취지는 좋으나 정부가 세밀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 정부 정책이 국내 관광 활성화 실적을 위한 캠페인으로 너무 흐르는 것 같다. 그러니 문화체육관광부가 대책을 내놓고 교육부에 따라오라는 식이 돼버렸다. 인파에 치이고 교통이 혼잡한 황금연휴에 단기방학이 획일적으로 몰릴 이유도 없다. 관광을 위한 경제논리에 교육이 매몰된 듯한 느낌이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7일부터 휴가를 내고 1박2일 섬여행을 떠나는 등 17개 부처 장·차관들이 휴가 문화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것도 보여주기식 행정이다. 근로자들은 법에 보장된 휴가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 휴가 권장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이번 단기방학이 끝나면 그간 제기된 문제점을 고려해 현실에 맞는 보완책이 나와야겠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