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제주를 지키던 관문, 조천진성

입력 2015-05-01 18:56
연북정과 조천진성. 제주고고학연구소 제공

망망대해를 건넌 돛배가 탐라도에 도달하면 조천진성과 연북정이 마중한다. 거센 해풍과 높은 풍랑을 헤쳐서 갈 때는 항구가 반갑기 그지없다. 조선 관리의 제주행을 전해주는 시구 속의 ‘아득한 바다와 널따란 하늘’이란 표현에 강렬한 뱃길 경험이 녹아 있다.

‘만기요람’에 제주를 지키던 4개의 돌성이 나온다. 조천진(朝天鎭), 애월진(涯月鎭), 명월진(明月鎭), 별방진(別防鎭)이다. 제주의 출입문이던 둘레 186m의 조천진성은 해발 1∼2m의 완만한 경사면에서 바다를 마주하고 있다. 커다란 뱀과 같은 타원형 성벽이 왜구 같은 바다도적을 막는 요새였던 것을 전해준다.

이 성은 육지 여행객에겐 순풍을 기다리는 휴식처였고, 관리들에겐 제주에 내려온 왕명을 처음 받는 전달 장소였다. 북쪽을 사모한다는 뜻인 연북정엔 서울의 기쁜 소식을 기다리는, 유배 온 이들의 바람도 담겨 있다.

다행히 40폭 화첩인 ‘탐라순력도’에서 객사인 조천관과 군기고, 연북정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시는 올해 조천진성 복원 사업을 펼친다. 문화예술과 김종상 주무관은 “24일부터 시작한 발굴이 상반기에 끝나면 고증을 거쳐 순력도에 나온 건물들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