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이다. 오가는 길에 ‘행복한 가정’이라는 글귀가 많이 보인다. 하지만 매스컴에선 ‘가정 붕괴’ ‘가족 해체’라는 말이 넘쳐난다. 한국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6∼7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청소년 1만4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 아동청소년인권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응답자 중 30%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 보았다고 한다. OECD 국가 중에서 청소년 자살률 또한 가장 높다. 청소년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42.7%가 학교 성적을 꼽았고, 24.2%가 가족 간 갈등, 선후배나 또래와의 갈등 11.1%, 기타 20.1%로 나타났다.
특별히 가정의 경제적 수준과 학업 성적이 낮을수록 자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지수 조사에서는 학업 문제가 67.2%로 가장 높았고, 미래 진로에 대한 불안은 50.5%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가정이 청소년들의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실태조사의 근본 해결책은 청소년들의 ‘자아 존중감(self-esteem)을 높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부는 교육방식을 ‘인성교육 중심’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12월 인성교육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올해 7월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의무적으로 실시된다. 그러나 현행 입시 위주 교육과정에서 얼마나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과연 우리의 교육현실이 아이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줄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인성교육의 답은 부모에게 있다. 하나님은 자녀들을 부모에게 맡기셨다. 좋은 부모란 좋은 음식과 옷을 주는 부모가 아니라 좋은 인성을 갖게 하는 부모다. 그러므로 참된 인성 회복을 위해서는 원초적 인간관계 속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정답일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부모가 아이들을 위해 팔을 내주고 가슴을 토닥이며 자장가를 불러주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 간에 따뜻한 체온을 느낀 적이 언제였던가.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언제나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다. 서로 무덤덤하다. 이제 부모 자녀 간에 체온과 체온의 ‘만남(Touch)’을 시도해 보자. 10세든 20세든 상관없다. 잠자기 전에 아이들의 방문을 노크하자. 그리고 아이들을 위하여 ‘엄마·아빠표 팔베개’를 내어 놓자. 부모의 ‘팔베개’는 아이들과 부모의 건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하게 하고 그것은 사회적으로 건강한 관계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삶을 나누며 내일을 위해 기도하자. 하루에 10분만 해 보라. 스트레스로 찌들고 죽음까지 생각했던 아이들이 새로운 힘과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의지할 곳이 없다고 괴로워하던 아이들이 ‘가정이야말로 참된 안식처요 부모가 영원한 지원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 품안에서 자아 존중감의 싹을 틔울 것이다.
5월 맑은 하늘 흰 구름이 그 옛날 팔베개 해주시던 아버지의 입가처럼 푸근하다.
노재경 목사
(예장합동 총회교육진흥원장)
[시온의 소리-노재경] 부모여, 자녀에게 팔베개를 해 주자
입력 2015-05-01 0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