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광주 민심, 文 외면… 야권 빅뱅 시작됐나

입력 2015-04-30 03:49

새정치민주연합이 29일 당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광주는 호남 민심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호남이 새정치연합을 심판한 셈이다. ‘이기는 정당’을 내세우고 선거에 나선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첫 시험대에서부터 치명상을 입었다. ‘대안정당론’ ‘경제정당론’도 전혀 민심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 호남발(發) 신당 창당 등 야권 빅뱅이 시작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광주 서을은 재보선 투표율이 41.1%로 재보선 지역구 4곳 중 가장 높았다. 천 당선자는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를 20% 포인트 이상 앞서며 압승했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심판 여론이 그만큼 뜨거웠다는 방증이다. 새정치연합은 선거전 내내 천 당선자를 ‘분열세력’으로 몰았지만 광주 민심은 오히려 새정치연합에 경종을 울렸다.

선거전은 사실상 ‘천정배 대 문재인의 결투’였다. 문 대표는 재보선 내내 광주 서을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문 대표는 지난 3월 22일 아시아문화전당도시 보고대회 참석을 위해 광주를 찾은 뒤 이후 지난 27일까지 한 달여간 광주를 여덟 차례 방문했다.

하지만 광주는 새정치연합에 등을 돌렸다. 우선 친노(친노무현) 진영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호남에서는 노무현정부 당시 민주당 분당과 대북송금 특검에 대한 상처가 여전하다. 그럼에도 지난 2012년 총·대선에서 새정치연합과 문 대표를 압도적으로 지지해줬다. 하지만 제1야당은 무기력한 패배를 되풀이했다. 이미 지난해 7·30재보선 전남 순천·곡성에서 친노 인사인 서갑원 전 의원이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에게 참패하면서 ‘친노 비토’론이 확인된 상태였다.

공천도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다. 천 당선자를 꺾으려면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물을 내세워야 했으나 당은 “경선 결과에 따랐다”며 조 후보를 내세웠다. 조 후보는 19대 총선 때 공천에서 탈락하자 탈당해 새정치연합(당시 민주통합당)을 심판하자고 했었다. 그런 후보가 불과 3년 만에 지역구를 바꿔 새정치연합 후보로 출마한 것이다. 비노(비노무현) 성향의 한 당직자는 “천 당선자는 지도부가 당의 후보로 전략공천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며 “그러지 않을거라면 아예 참신한 다른 후보를 내서 광주시민의 자존심을 살려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무난하게 경선해서 무난하게 졌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나오는 이유다.

천 당선자의 국회 입성으로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새정치연합이라는 ‘간판’으로는 호남에서의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문 대표의 당 장악력도 흔들리면서 내년 총선 공천 문제를 두고 친노 대 비노의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도 높다.

당의 한 관계자는 “호남에서 당 소속 의원들의 영향력이 급감할 수 있다”며 “박지원 의원 등이 호남 홀대론을 내세우고 호남 의원들이 동조하면서 당내 분란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광주 참패 여파는 2017년 대선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재보선은 천 당선자 측이 선거 캠페인에서 강조해온 것처럼 “지금 새정치연합으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 “야권을 교체해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민심의 표출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