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휴(歸休) 후 잠적했던 무기수 홍승만(47)씨가 잠적 8일 만에 경남 창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남지방경찰청은 29일 오후 4시20분쯤 창녕군 장마면 장가리의 한 야산에서 홍씨가 목을 맨 채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창녕군 장마면 한 사찰에서 홍씨로 추정되는 남성이 수일간 머물다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일대를 수색한 끝에 홍씨를 발견했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가 사찰에 두고 간 가방 속에서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이 적힌 메모지 3장과 파란색 상의와 모자 등 소지품, 현금 80만원이 발견됐다. 메모지에는 ‘어머님 형님 등 모두에게 죄송합니다’ ‘먼저 갑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또 ‘그 누굴 원망하지도 말자. 세상에 사랑에 아등바등 구걸하지 말자.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는 글귀도 남겼다고 경찰은 전했다.
발견 당시 홍씨는 청색 계열 티셔츠와 속옷 하의만 입고 있었으며 시신은 창녕 지역 병원으로 옮겨졌다. 홍씨는 지난 24일 오후 3시23분쯤 양산시외버스터미널 앞 횡단보도 CCTV에 모습이 찍혔고 다음날 오후 1시쯤 양산 통도사 입구에서 만난 변모(78·여)씨와 함께 버스를 타고 창녕군 영산터미널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씨는 이어 변씨가 거주하는 창녕군 장마면의 한 사찰에 도착,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잔 뒤 27일 오전 10시30분쯤 “등산 가도 되겠다”고 한 뒤 사라졌다. 홍씨는 사찰에 온 첫날 밥을 하거나 설거지를 하기도 했고 “며칠 머물 예정인데 얼마를 주면 되겠느냐”고 말했다고 변씨는 전했다.
경찰은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이 장모 집에 머물다 사라졌다’는 신고를 변씨의 사위(45)로부터 접수하고 490여명의 병력을 투입해 수색해 왔다.
앞서 홍씨는 1996년 내연녀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형을 받아 전주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지난 17일 고향인 경기도 하남으로 귀휴를 나갔으나 21일 복귀하지 않고 잠적했다. 같은 날 청량리역에서 강원도로 간 뒤 이튿날 부산으로 향했다. 홍씨가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전국을 활보했는데도 교정 당국과 경찰은 잠적한 지 8일이 지나도록 그를 찾지 못했다.
한편 법무부는 홍씨의 사망과 관련, “도주 수형자가 사망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무기수의 귀휴 여부를 철저하고 엄격하게 심사하고, 귀휴를 허가할 때도 교도관이 동행해 도주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창녕=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잠적 무기수 8일 만에 숨진 채 발견
입력 2015-04-30 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