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 기계 전락한 25억대 연구원 장비… 업자 상납 참깨로 기름 짜 명절 선물 돌려

입력 2015-04-30 02:51
지방자치단체 산하 연구기관이 25억짜리 고가 장비로 참기름을 짜 해마다 명절 선물로 돌린 사실이 드러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광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9일 명절 선물을 만들기 위해 연구비를 유용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전남생물산업진흥원 나노바이연구원 이모(59) 전 원장과 연구원 등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 8월부터 4년간 연구원에 과학기자재를 납품해 온 업자로부터 상납 받은 6200만원 상당의 참깨를 연구원이 보유한 ‘초임계 추출기’로 짜 참기름을 만들었다. 참기름을 짜낸 기계는 25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기기였다. 이들은 매년 명절마다 이렇게 참기름 300∼500병을 선물세트로 만들어 원장 명의로 연구원 관계자와 지인 150∼200명에게 돌려 왔다. 참기름 생산에는 원장과 팀장, 연구원 등 14명이 가담했다. 전체 직원이 25명인 점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의 직원이 참기름 만드는 데 관여한 셈이다.

이들은 업자들에게 참깨를 상납 받고는 기자재를 납품받은 것으로 납품계약서를 조작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2011년부터 3년간 연구원들로부터 인사청탁 등의 명목으로 2100만원을 받아 회식비, 경조사비 등으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원장은 지난 1월 윤장현 광주시장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달 23일 사의를 표명했고 지난 7일 사표가 수리됐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