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 성완종 리스트 특사 수사 시사

입력 2015-04-30 03:31

황교안(사진) 법무부 장관이 29일 노무현정부 시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두 차례 특별사면과 관련해 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의 과거 행적이 담긴 일정표를 확보했다. 성 전 회장과 두 사람의 동선을 객관적 자료로 비교·분석해 금품 전달 정황과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이 전 총리, 홍 지사와의 본격적인 ‘진실게임’을 앞둔 준비 작업의 하나다.

◇“단초가 생기면 수사할 수밖에”=황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 전 회장 특사 논란과 관련해 “범죄 단서가 있으면 수사를 하지만 지금은 그럴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단초가 생기면 수사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원론적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요즘 범죄가 다양하고 금품이 오간 것 말고도 아시다시피 여러 범죄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 전 회장이 특사를 받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불법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고, 단서만 있으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비리 전반을 수사하겠다”고 말해 수사 확대 가능성을 거듭 내비쳤다.

◇이완구·홍준표 소환 ‘가시권’=수사팀은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의 일정 담당 비서인 노모씨와 윤모(여)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리스트에 오른 인사의 비서진을 소환하기는 처음이다. 두 사람의 일정이 기록된 자료도 제출받았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는 시점을 전후해 이 전 총리와 홍 지사가 어디서, 누구와 접촉했는지 등을 분석하고 있다. 상당 부분 복원한 성 전 회장의 동선과 겹치는지가 집중 조사 대상이다. 소환된 노·윤씨는 당시 이 전 총리와 홍 지사 선거 캠프에서 일정 관리 업무를 맡았다. 성 전 회장은 ‘2013년 4월 4일’ 오후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이 전 총리를 만나 3000만원을, ‘2011년 6월’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시켜 홍 지사에게 1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수사팀은 최근 윤 전 부사장을 방문 조사해 1억원을 직접 홍 지사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번 주 중 의혹의 실체에 더 근접해 있는 수행비서나 선거 캠프 자금 담당자 등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는 ‘금품 메모와 육성 파일’의 증거능력에 의문을 표하며 치열한 법리 공방을 예고했다. 그는 “성 전 회장이 자살하면서 쓴 일방적인 메모는 반대 심문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난 27일 병원에 입원했던 이 전 총리도 이날 퇴원과 동시에 소환 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트 인사 8명 가운데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를 제외한 나머지 6명 조사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성 전 회장의 유서에도 정·관계 로비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지호일 정현수 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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