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랐다. 움직임도 놀라웠다. 공을 몸에 붙이고 달렸지만 속도가 조금도 줄지 않았다. 폭발적인 드리블은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를 연상시켰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 유스팀 최고 레벨인 후베닐 A(17∼19세)에서 뛰고 있는 이승우는 과연 ‘한국의 메시’였다. 후반 교체 투입된 이승우의 팀 동료 백승호는 안정적인 플레이와 날카로운 패스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둘의 장점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
2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의 2015 수원JS컵 국제청소년축구대회 개막 경기.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18세 이하 대표팀은 주장 이동준(숭실대)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 0으로 이겼다.
젊은 태극전사들은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신태용 올림픽 대표팀 감독, 최진철 17세 이하 대표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갈고 닦은 기량을 뽐냈다. 경기전부터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이승우에게 쏠렸다. 이승우는 무리하게 골 욕심을 내지 않고 동료들과의 연계플레이에 치중했다. 상대 수비수들 사이의 빈틈을 찾아 받아먹기 좋은 패스를 찔러 주는 능력은 돋보였다.
전반 35분 인상적인 장면이 나왔다. 이승우는 중원에서 패스를 받아 거침없는 드리블로 상대 진영을 파고들었다. 깜짝 놀란 우루과이 선수들은 아크서클 오른쪽에서 파울로 이승우의 드리블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페널티지역 외곽 지점에서 날린 김대원의 프리킥은 골로 연결되진 않았다.
이승우가 분전했지만 한국은 우루과이의 압박에 막혀 좀처럼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했다. 우루과이는 개인기를 앞세워 한국의 골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한국의 수비도 만만찮았다. 양 팀은 득점 없이 전반전을 마쳤다.
기다렸던 한국의 선제골은 후반 6분에 나왔다. 주장 이동준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임민혁의 로빙 패스를 받아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재치 있는 왼발 슈팅을 날려 골문을 열었다. 상대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순식간에 허물어 버린 멋진 장면이었다.
이승우는 후반 17분 교체됐다. 그라운드를 떠나는 그의 얼굴엔 불만이 가득했다. 자신의 플레이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표정이었다. 이승우가 빠진 후 관중의 눈길을 끈 선수는 백승호였다. 후반 27분 교체 투입된 백승호는 차분한 플레이로 팀을 이끌며 우루과이의 공세를 막아냈다. 특히 경기 종반 상대 왼쪽 진영에서 문전으로 연결한 정확한 로빙패스는 환상적이었다. 마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에서 뛰는 기성용을 보는 듯했다. 한국은 백승호가 투입된 이후 한층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결승골을 지켜 승리를 따냈다.
이승우와 백승호가 함께 뛰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둘은 5월 1일 벨기에전이나 3일 프랑스전에선 동반 출격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앞선 경기에서는 프랑스가 벨기에와의 첫 경기에서 후반 막판 2개의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3대 3 무승부를 기록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수원JS컵] 클래스 보여준 ‘한국의 메시’
입력 2015-04-30 0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