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新밀월] 오바마, 하이쿠까지 읊으며 “美·日 동맹 위해 감파이”

입력 2015-04-30 02:46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워싱턴 공식 일정 첫날인 28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극진한 ‘아베 모시기’가 두드러졌다. 백악관 환영식에서부터 만찬까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년 전 일본 방문 때 아베 총리를 만났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일본 언론조차 놀랐다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 7시30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아베 총리 부부를 위한 만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부인 미셸 여사와 자신이 일본 방문 때 사케를 즐긴 일을 상기한 뒤 성장기 하와이에서 친했던 일본인들과 얽힌 추억을 털어놨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봄과 미국·일본, 우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일본 전통 단시(短詩)인 하이쿠까지 읊었다. 이어 “우리 손님인 아베 총리 부부, 그리고 미·일동맹을 위해”라고 건배를 제의한 오바마 대통령은 건배의 일본말인 “감파이”를 선창했다.

아베 총리는 이에 대해 “미·일동맹과 같은 관계는 다른 어디서도 찾기 힘들 것이다. 미국과 버락(오바마)이 도전에 직면할 때면 항상 일본이 함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긴밀한 관계를 미국 가수 다이애나 로스의 ‘어떤 산도, 어떤 골짜기도 당신과 나를 떼놓지 못할 것’이라는 가사에 비유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워싱턴 정가를 배경으로 한 인기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의 열렬한 팬이라고도 했다.

백악관은 식사를 마친 뒤에는 일본에서 크게 흥행한 뮤지컬 영화 ‘저지 보이즈’ 출연진의 공연으로 아베 총리를 환대했다.

일본 언론은 공개된 일정에는 없었던 27일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링컨 기념관 방문, 이날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 후 오바마가 아베를 차까지 배웅한 사실, 정상회담 직전 언론 앞에서 일본어로 ‘가라테’ ‘가라오케’ 등 미국에서 인기 있는 일본 문화를 열거한 사실 등을 환대의 사례로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했음에도 서로 개인적인 친근감은 거의 쌓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환대는 이례적이다.

이런 환대 배경에 대해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는 ‘대리 전력’ 역할을 할 수 있는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아베 총리가 흔쾌히 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자 아사히신문도 “18년 만의 가이드라인 개정이라는 큰 ‘성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회담 결과를 강력히 비난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미·일동맹이 두드러진 공격성을 띠게 됐을 때 일본은 호가호위하며 장난한 것 때문에 의외의 위험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화통신은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의사당에서 펼쳐진 위안부 관련 시위를 부각시키며 “오바마와 아베의 정상회담이 역사 문제에 대한 분노로 빛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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