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공포정치’… ‘음란 동영상’ 은하수악단 총감독 등 간첩혐의 처형

입력 2015-04-30 02:3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고위 관리들을 잇달아 처형한 것은 자신의 취약한 통치기반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라 간부들을 확실히 장악하지 못한 만큼 확실한 통치수단은 ‘공포 정치’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지난 1월 ‘본보기’로 처형된 임업성 부상(차관급)은 김 제1비서가 관심을 갖고 추진하던 산림복구 사업에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차관급인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도 평양 쑥섬 ‘과학기술전당’ 지붕 모양과 관련해 김 제1비서에 직접 이의를 제기했다가 ‘봉변’을 당한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하고 있다.

국정원은 김 제1비서의 이러한 통치 스타일 자체가 취약한 국정 장악력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젊은 시절부터 실무 경험을 쌓아 간부들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반면 김 제1비서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못해 간부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식으로 복종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포 정치는 한국 드라마 시청 등 사상적 일탈에 대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이송길 해주시당 책임비서 등 황해남도와 중앙의 당 간부 10여명이 한국 드라마 시청 등의 죄목으로 처형됐다. 3월에는 음란 동영상 추문에 휘말렸던 은하수 관현악단 총감독 등 관계자 4명이 간첩 혐의로 총살되기도 했다.

처형 외에도 고위 간부들의 서열과 계급을 수시로 뒤바꾸는 방식으로도 ‘군기’를 잡고 있다.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알려진 김영철 정찰총국장은 이달 들어 계급이 대장에서 상장으로 강등됐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과 이영길 총참모장 등 웬만한 군 간부 중 계급이 강등되지 않았던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해 5월 평양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 사고의 책임자로 지목됐던 최부일 인민보안부장도 공식석상에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계급이 상장(별 셋)에서 소장(별 하나)으로 두 계급 강등돼 등장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의 사이버 해킹 능력은 계속 강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북한 사이버 해킹 조직이 7개에서 6개(직원 1700명)로 1개 감소한 반면 관련 지원 조직은 13개(4200명)에서 17개(5100명)로 4개 늘었다고 밝혔다. 북한은 한국수력원자력과 코레일에 대한 해킹 공격을 시도하는 한편 대북 전단을 날리는 단체 책임자의 메일 계정에 침투해 전단 살포 일시 등을 미리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