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경찰서가 스토킹 사건 조사 과정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는 이유로 피해자 진술을 묵살했다는 의혹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이 진상조사에 들어갔다(국민일보 4월 29일자 10면 참조). 스토커 김모(55)씨를 소환해 재조사에도 착수했다. 그런데도 김씨는 피해자 윤고은(가명·여)씨의 지인을 통해 다시 윤씨에게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청문감사관실은 지난 20일 윤씨 집에 침입해 살해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를 조사 과정에서 풀어주고, 윤씨의 과거 피해 진술을 묵살한 부분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담당자의 과실이 확인되면 감찰로 전환된다. 송파경찰서는 감사관실에 “두 사람은 내연관계가 맞으며 윤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내연관계’라는 경찰 설명은 의문투성이다. 21일 작성된 윤씨 진술조서를 보면 수사관이 “피의자(김씨)와 연인관계는 아니었나요”라고 묻자 윤씨는 “아니었습니다”라고 답변했다. 반면 김씨는 “피의자(본인) 진술대로라면 피해자 윤씨와 연인관계로 보이는데 맞나요”라는 질문에 “맞습니다”라고 했다. 진술이 엇갈리는데도 더 캐묻지 않았다.
윤씨는 22일 다시 조사를 받으며 김씨에 대한 ‘접근금지’ 조치를 경찰에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은 단순 치정사건으로 판단해 김씨를 풀어줬다.
송파경찰서는 국민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병원에서 퇴원한 김씨를 28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다시 불렀다. 5시간여에 걸쳐 조사한 뒤 “윤씨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구두 경고를 끝으로 석방했다. 조사를 받고 나온 김씨는 윤씨의 지인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사건과 관련된 XX들 불 싸질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술을 마신 상태에서 전화로 고성과 욕설을 했다”고 말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적 질병을 겪는 사람은 변호사 등을 대동해 의사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단순히 정신질환자라서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송파경찰서는 29일 윤씨 신변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김씨를 재소환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스토킹 피해 진술 묵살 사건’ 진상조사… 경찰 스토커 소환 재조사 착수
입력 2015-04-30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