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네팔에서 사람들은 천막에서만 노숙하는 것이 아니다. 트럭 짐칸과 하수도 연결용 콘크리트 원통 안에서도 먹고 잔다. 돗자리는 도처에 깔렸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박타푸르로 가는 도로 옆으로 펼쳐진 골프장은 이재민의 천막촌으로 변했다. 사람들은 철망을 뚫고 들어가 천막을 쳤다. 아침이 밝으면 여기저기서 어둠과 추위를 견디기 위해 태우고 남은 잿더미 위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천막은 물과 음식만큼이나 부족하다. 28일(현지시간) 산간벽지 신두팔초크로 출발하기 전 카트만두에서 옷 뒤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쓴 젊은 여자가 와서 영어로 “여기서 천막을 얻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때 기자는 구호팀 차량 앞에 있었다. “미안하지만 천막은 없다”고 하자 여자는 실망한 얼굴로 돌아갔다. 그 여자가 어디로 갔는지, 그날 밤 어디에서 잤는지는 알 수 없다.
카트만두를 비롯한 지진피해 지역은 오후 7시만 넘으면 도시가 새카맣게 변한다. 전기가 끊겼고, 사람들은 집에 없다. 상점은 모두 문을 닫았다. 별은 이렇게 캄캄한 도시의 하늘에서 더 밝게 드러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이 사실은 아름다움보다는 상실감을 안겨줬다.
27일 어두운 밤거리에서 기자에게 다가온 개는 오른쪽 옆구리에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 각각 10㎝ 정도 벌어진 2곳의 피부에서 피가 흐르고 그 피로 털이 젖어 있었다. 지진 때 잔해에 맞아 난 상처인 듯싶었다.
이곳에서 희망을 말하는 일은 아직 산더미 같은 돌무더기 속을 파헤치는 것만큼이나 막막하다. 지금도 수도 카트만두를 비롯한 전역에서는 주민들이 잔해를 걷어내고 있다. 29일 아침 한 주황색 삼각천막 앞에서는 6∼7세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혼자 말없이 자기 머리만한 벽돌을 쌓고 있었다. 벽돌은 무너진 건물의 잔해였다. 사람들에게는 일상을 재건하려는 본능이 있는 것일까. 희망의 조짐은 원래 서서히 나타나는 것인지 모른다.
카트만두=강창욱 특파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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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30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