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보컬리스트 박효신과 유럽 바로크 오페라의 디바 임선혜 출연으로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뮤지컬 ‘팬텀(유령)’이 28일 개막했다. 관객들의 관심은 크게 두 가지다. 두 주역이 만들어내는 하모니와 이 작품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얼마나 다른지다.
또 다른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수식어답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했다. 뮤지컬 ‘나인’으로 1982년 토니상 작품상을 받은 미국 작곡가 모리 예스톤과 각본가 아더 코핏은 이듬해 르루 소설을 뮤지컬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캣츠’ ‘에비타’ 등으로 영국 뮤지컬계를 석권한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이들보다 먼저 작품을 발표해 버렸다. 게다가 웨버가 86년 내놓은 ‘오페라의 유령’은 중독성 강한 음악을 앞세워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했다. 예스톤과 코핏은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 했다. 이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91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초연된 ‘팬텀’은 비록 브로드웨이에는 입성하지 못했지만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EMK뮤지컬컴퍼니의 ‘팬텀’은 우선 화려한 무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동안 EMK가 제작한 ‘엘리자벳’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에 이어 이번에도 연출을 맡은 로버트 요한슨은 작품 배경인 파리오페라극장의 화려함을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표현했다. 샹들리에와 다채로운 의상은 관객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내용면에서는 원작소설에 충실한 ‘오페라의 유령’과 달리 팬텀의 비밀스러운 유년기 등 각색을 많이 한 게 특징이다. 흉측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채 극장 지하에 숨어사는 팬텀의 출생이 그려져 있어 흥미롭다. 팬텀 아버지인 극장 매니저 카리에르와 성악가 벨라도바의 사랑은 정통 클래식 발레로 꾸몄다. 한국 프로덕션용으로 예스톤이 팬텀과 크리스틴을 위해 두 곡씩 모두 네 곡의 넘버를 새롭게 작곡하면서 음악적으로도 풍성해졌다.
‘엘리자벳’ ‘모차르트’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박효신은 팬텀에서 성숙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앞으로 국내 뮤지컬계는 그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크리스틴 역의 임선혜는 나무랄 데 없는 가창력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오페라 발성과 대사 처리가 다소 튀어 아쉬움을 남겼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화제의 뮤지컬 직접 가보니… 화려한 무대 빛난 ‘팬텀’ 드러난 유년기도 볼거리
입력 2015-04-30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