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발전량 3조㎾h, 전체 전력 공급량의 30%, 세계 5위 원전강국…. 한국 원자력산업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과 함께 성장해 왔지만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 역시 커지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원자력발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8개국 원자력 전문가 600여명은 28∼29일 한국원자력산업회의 주최로 열린 한국원자력연차대회(KAP)에서 원자력산업의 미래방향을 논의했다.
◇원자력 커뮤니케이션에도 전략 필요=KAP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안전(Safety)’와 ‘공공 수용성(Public Acceptance)’이었다. 올해 KAP 주제가 ‘인류를 위한 원자력, 이제는 공감이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만큼 공공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이 집중 논의됐다.
존 바레 캐나다원자력협회(CNA) 회장은 28일 ‘국민 공감 원자력 재시동을 위한 관문’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세션Ⅰ에서 “다른 이슈와 마찬가지로 원자력 신뢰를 위한 커뮤니케이션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중도적 성향의 대중을 겨냥해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도 성향의 대중은 원전 전반에 대해 선입견이 크지 않기 때문에 원자력에 대한 이해가 쉽다는 것이다.
그는 두 번째로 “사람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렵고 복잡한 기술적 측면만 강조하는 것은 정부나 원전운영 주체가 쉽게 범하는 오류 중 하나다. 대신 친환경 에너지인 원자력 에너지가 기후변화 방지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원전 인근에서 피폭되는 방사선량이 생활 속 방사선량과 어떻게 다른지 등을 쉽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콤 그림스턴 영국 임페리얼대 환경정책연구센터장은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하고 현재 시점에서 불확실한 것 역시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전 규제 핵심은 여론보다 안전=29일 열린 세션Ⅱ에서는 ‘지속가능 원자력발전을 위한 과제’라는 주제로 논의가 진행됐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등 원전 운영 관련 규제가 강력한 국가들의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프랑스 원자력기업인 아레바(AREVA)의 미국 원전 인허가, 계속운전 책임을 담당하고 있는 마쏘 타파졸리는 “미국에서는 76기의 원전 수명을 각 20년 이상 연장했고 38기 원전은 현재 40년 넘는 기간 동안 계속 운전되고 있다”며 “발전소 상황과 기기 분석 등을 통해 ‘수명관리 시스템 평가’를 진행하는 데 기술적 검토를 통해 안전성을 담보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CNSC) 게리 프라피어 평가분석국장은 원전 규제 시 ‘대중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여론이 규제기관 결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허가를 신청하는 원전운영 주체는 지역 주민과 지속적인 대화 창구를 마련해놓고 있는지 등을 보여주는 문서를 제출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평가하는 것은 대화를 통해 주민들과의 관계가 좋은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대화구조가 있는지 여부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기관의 결정은 오로지 법과 기술적 타당성에 근거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협력·사용후 핵연료 처리 과제도=국내 최초로 OECD/NEA(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구) 고위직에 선출된 하재주 원자력개발국장은 이날 세션Ⅲ에 참석해 ‘미래를 위한 원자력’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원자력개발국장은 31개 회원국과 유럽위원회(EC),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는 원자력 협력기구에서 원자력개발 정책과 원자력 에너지 경제성 분석 등을 총괄하는 자리다. 하 국장은 “원자력 에너지는 저탄소 에너지로서 탄소 저감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다만 신규 원전의 경우 OECD/NEA에 가입하지 않은 중국, 러시아 등 국가에서 발전량의 60%를 차지하고 있어 글로벌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국가에서 고준위 폐기물(사용후 핵연료) 처리 시설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폐기물 저장 시설 수용능력은 점점 포화되고 있다며 10년 내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한국원자력연차대회] “국민 신뢰가 관건… 쉽고 있는 그대로 설명하라”
입력 2015-04-30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