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감 스포츠] 군대서 다시 태어난 ‘게으른 천재’

입력 2015-04-30 02:20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우승한 허인회. KPGA 제공

골프 종목은 3∼4라운드를 버틸 수 있는 체력과 그린을 읽어내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체력과 집중력 어느 한쪽이라도 무너지면 순식간에 몇 타씩을 잃고 만다.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경기 당일 라운드 후 반드시 1시간 이상 체력훈련을 병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6일 끝난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개막전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우승한 허인회(28·국군체육부대)는 연습 안 하기로 유명한 선수였다. 체력훈련은 물론 심지어 연습라운드조차 거르기 일쑤였다. 언론은 ‘게으른 천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지난해 12월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 그는 가장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했다. 5주간 군사훈련에 이어 부대 트레이닝 시설에서 선수생활 이후 가장 많은 훈련을 소화했다. 그 덕분에 과거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체력 저하로 힘들어했던 그는 정반대 선수가 돼 있었다. 대회 마지막 날엔 7타 앞서 있던 선두를 따라잡고 연장전에서 승리를 따냈다. 그는 “주위에 엄청나게 힘든 시절을 보낸 20대가 많다는 것을 입대 후에야 알게 됐다”며 “부모님과 내가 가진 것에 무조건 감사하는 마음을 군대에서 키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