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85만원어치 얻어먹고 회장님 일정 빼낸 직원

입력 2015-04-30 02:10
지난해 2월 한 월간지에 ‘회사는 워크아웃, 회장은 해외서 굿샷’이라는 제목으로 금호아시아나 박삼구(70) 회장의 호화 외유를 비판하는 기사가 게재됐다. 기사에는 박 회장의 멕시코 여행 일정이 세세히 기록된 일정표가 그대로 실려 있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즉시 자사 사옥의 보안요원 오모(37)씨와 금호석유화학 박찬구(67) 회장의 운전기사 김모(60)씨를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박찬구 회장 측이 보안요원을 포섭해 형인 박삼구 회장의 일정표를 빼냈다고 의심한 것이다. 2009년부터 두 사람은 ‘형제의 난’이라 불릴 만큼 심각한 경영갈등을 빚고 있었다. 금호아시아나는 당시 오씨가 27층 비서실에서 서류를 촬영하는 모습을 담은 CCTV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의혹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 오씨는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김씨로부터 “박삼구 회장의 동향을 파악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8차례 식사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둘은 주로 서울 용산구의 한 곰탕집에서 만났다. 오씨가 제공받은 식대는 총 85만5000원이었다. 보안 리모컨 키를 가진 오씨는 이 기간 회장 비서실에 56차례 침입했다. 그중 36차례 문서를 촬영했다.

다만 오씨는 비서실 침입만 인정할 뿐 민감한 정보를 넘기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김씨도 ‘첩보전’의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그는 검찰에서 “윗선의 지시는 아니었다”며 “단지 두 회장의 차량이 현관에서 부딪히는 걸 피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관정)는 29일 오씨를 배임수재, 방실침입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오씨에게 밥을 사고 ‘촬영’을 부탁한 김씨는 배임증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