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 한 커피숍에서 만난 채송하(46) 대표는 금식 27일째라고 했다. 40일 작정 금식기도 중인 그는 뉴질랜드 천연 화장품으로 유명한 마누카내추럴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차를 주문하는 대신 텀블러에 담아온 건강차를 수시로 마셨다.
“그동안 우리가 생각과 마음에 담지 말아야 할 악한 것들을 얼마나 많이 담고 살았는지, 또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을 얼마나 많이 먹으며 육체와 영을 망가뜨리고 살았는지 아세요?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회개하며, 태초에 하나님이 지으신 모습 그대로 그분의 손길을 느끼면서 육신의 질병과 마음의 병을 치유했으면 합니다.”
채 대표는 경기도 용인 성민수양관(원장 김정훈 목사)에서 열리고 있는 디톡스 금식캠프의 ‘어둠, 미래 스토리텔러’로, 내적 치유 스토리텔링 강사다. 채 대표 외에도 ‘디톡스, 세포 스토리텔러’ ‘소통, 스토리텔러’ 담당자가 있다.
디톡스 금식캠프에선 물 대신 인체 세포에 기본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주는 건강차와 꿀차, 된장차를 마시며 힘들이지 않고 금식할 수 있다. 각각의 스토리텔링 강사들이 참석자들의 내적 치유를 돕고, 김정훈 목사가 말씀 치유집회를 인도한다.
그런데 채 대표는 왜 하필 어둠을 이야기할까. “모태신앙인 저는 어둠 때문에 과거를 감추고 살았습니다. 가출했던 과거, 임신 8개월 몸으로 자살하려 했던 과거, 비서실장이라는 남부러운 사회적 위치에 있었지만 가정에서 은밀하게 남편에게 폭행 당하며 살아온 과거, 그리고 이혼…. 하나님요? 저기 잘 사는 동네에나 계신 그런 분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13세 때 필리핀으로 이민을 떠나면서 삶이 엉망이 됐다. 돈 벌어 오라는 아버지 등살에 못이겨 어머니는 일본으로 외화벌이에 나섰다. 당시 필리핀 집은 마약, 경제범죄 등으로 도망온 이들의 아지트였다. 급기야 아버지의 불륜까지 목격하고 그는 19세 때 가출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살아난 그는 필리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건너와 호텔 커피숍 캐셔로 근무했다.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대전 엑스포 관계자의 눈에 띄어 1993년 해외홍보마케팅 담당 직원으로 스카우트 되면서 승승장구했다. 독일 바스프의 합작회사에서 독일인 사장 통역 비서, 프라다코리아 사장 비서실장을 지냈다. IMF 때인 99년 말에는 뉴브릿지캐피털에서 인수한 제일은행 은행장실에서 던컨 바커 부행장의 동시통역 비서실장으로 일하며 나이 서른에 억대 연봉의 소유자가 됐다.
“돈 벌고 성공하면 행복이 보장될 줄 알았습니다. 겉 모습은 화려하지만 어두운 과거를 묻어두고 평생을 살아야 하는 제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갔지요. 돈이나 술로 채울 수 없는 허전함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동창 모임에서 지금의 남편 주민관 목사를 만났다. 개척교회 목회자의 아들로 가난한 전도사였다. 돈이고 뭐고 다 버리고 사랑 하나만 믿고 결혼했다. 하지만 사모 일은 감당할 수 없었다. 살면서 돈이 필요했고, 영어학원을 열었다.
“원생의 어머니가 상담하러 오면 아이 이야기는 딱 5분, 나머지 40분은 전도하는 겁니다. ‘사모님이 교회에 나오셔야죠’ 그러면서 집회에 한번만 참석해달라고 하는데,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그 집회에서 완전히 깨지고 말았습니다.”
2005년 2월 예수님을 만나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비로소 돈과 명예만 쫓던 어둠의 영한테서 해방된 순간이다. 영어학원 정리한 돈을 모두 하나님께 바치고, 500만원 들고 찬양전도사인 남편을 따라 뉴질랜드로 선교하러 떠났다. 4년 동안 철저히 낮아지며 말씀으로 무장되는 훈련을 받고 다시 돌아와 서울 서초구에 기쁨의교회를 개척했다. 마누카내추럴코리아는 그동안 자신을 왜 글로벌 CEO들 밑에서 훈련시켰는지를 확인하는 하나님의 걸작품이었다.
“6개월쯤 지나니 교회 월세 내는 것도 벅찼습니다. 뉴질랜드에 있을 때 마누카 꿀의 효능을 체험했는데, 그간 저의 경력을 기록한 사업계획서를 본사에 제출했지요.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고 투자자도 쉽게 모았습니다.” 나이 마흔에 그는 기업체 대표가 됐다. 특히 마누카내추럴코리아 제품이 아토피 피부에 효과가 있다는 게 입소문 나면서 채 대표는 대한아토피협회 대외협력 국장을 맡아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을 지원하는 데 힘쓰고 있다. 또 다일복지재단에 제품을 보내 피부 질환을 앓는 아이들도 돕고 있다.
채 대표는 “축복의 문은 나의 사명을 보느냐, 못 보느냐에 달려있다”며 “사명을 깨닫고 볼 수 있는 마음은 하나님께 기도하고, 예물 드리고, 말씀을 지켜 행할 때 온다”고 말했다. 질병, 피부질환, 가출, 자살, 이혼, 우울증, 알코올중독 등 각종 사회적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건, 온전한 ‘하나님 바라기’뿐이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금식캠프 내적 치유 스토리텔링 강사 채송하 대표 “어둠에 갇혔던 과거… 결국 말씀으로 빛 찾아”
입력 2015-05-01 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