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선교회 회장, 이광섭 서울 전농감리교회 목사 “해외 한센인 선교단체로 새롭게 거듭날 것”

입력 2015-04-30 00:08
최근 서울 전농감리교회에서 만난 한국기독교한센인선교회 회장인 이광섭 목사. 이 목사는 “해외 한센인 선교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는 아닐 것”이라며 “하지만 세상에 사랑을 전하는 일인 만큼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제할 구(救)에 나병 라(癩). 두 한자로 구성된 ‘구라(救癩)’에 ‘선교’를 덧붙인 구라선교는 한센인 선교를 가리키는 용어다. 한국교회는 1970∼80년대에 구라선교에 큰 관심을 쏟았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한센병 신규 환자가 급감하면서 이 분야 선교의 열기는 서서히 식어갔다.

한국기독교구라회(구라회)는 한국교회 한센인 선교의 최전선을 담당한 초교파 단체다. 1970년 2월 설립된 구라회는 한센인을 돕는 데 매진했다. 하지만 이 단체의 활동 역시 90년대부터 시들해졌다.

그런데 구라회가 지난달 20일 한국기독교한센인선교회(한센인선교회)로 단체명을 바꾸고 다시 한센인 선교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센병 신규환자가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이 단체가 심기일전을 다짐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서울 동대문구 전농감리교회를 찾아가 한센인선교회 회장인 이광섭(53) 전농감리교회 목사를 만났다. 이 목사는 단체명을 한센인선교회로 개명한 이유부터 들려주었다.

“나병은 ‘문둥병’이라는 단어처럼 한센인에게 상처가 되는 말입니다. 나병이라는 말이 사어(死語)가 되고 한센병이 이를 대체한 지 오래됐으니 ‘구라’라는 단어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센인선교회가 설립되기 전, 국내 한센인 선교는 외국인 선교사의 몫이었다. 45년 전 이 단체의 ‘발기취지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구라사업을 하고 있는 것은 거의 외국의 크리스천들이다. 우리 한국의 크리스천들은 언제까지나 이러한 현실을 좌시하고만 있을 것인가.’

한센인선교회를 통해 한국교회는 한센인 선교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한센인 정착촌에 양로원 등을 건립했으며 다양한 의료 선교 활동을 벌였다. 이 단체가 그동안 치료에 관여한 직·간접적인 한센인은 25만8000여명에 달한다. 71∼88년에는 한센인 선교 공로자에게 ‘한국구라상’을 시상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전농감리교회 교인의 권유로 2006년 한센인선교회 활동을 시작했다. 회장에 오른 건 2010년이었다. 그는 “우연히 시작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한센인 선교가 내 사명이 됐다”고 말했다.

“회장직에 오른 뒤 열린 첫 이사회에서 ‘한국교회의 한센인 선교 역사를 잘 마무리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밝혔어요. 그랬더니 박경진 이사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한센인 선교는 끝난 게 아니다. 국내 상황은 괜찮아졌지만 세계 곳곳에는 아직도 한센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많다. 우리의 사명은 끝나지 않았다.’ 이사장님의 지적을 받으며 느낀 게 많았어요. 해외 한센인 선교에 매진하는 단체로 새롭게 거듭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구라회에서 한센인선교회로 이름까지 바꾼 이 단체는 우선 중국 한센인 선교에 전념할 계획이다. 중국 시안(西安) 지역에 있는 한 한센인 요양시설이 단체명을 바꾼 이후 첫 사역지가 될 전망이다. 이 목사는 “한센인 선교는 전도에만 목적이 있는 건 아니다. 세상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일이다”며 “한센인 선교 사역에 많은 한국교회가 동참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